[인터뷰] “까다로워 보였던 채식, 고유의 맛에 매출 50% 늘었죠”...박종희 풀무원 지구식단 상무
전년比 대체육 제품 매출 46% 증가
2022 조선비즈 푸드앤푸드테크대상 5관왕
40년 역사의 중견 식품기업 풀무원이 내놓은 2년차 채식 브랜드 ‘지구식단’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구식단이라는 브랜드가 출범한 지난해, 전년 대비 대체육 제품 매출은 46% 가량 늘었다. 두부를 필두로 한 신선식품 제조, 콩 가공 기술, 유통 역량은 풀무원이 대체육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대체육 활용 제품을 기업의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기로 한 풀무원은, 각 사업부에 흩어져 있는 연관 제품을 지구식단이라는 브랜드 아래로 모았다. 제품에 들어가는 조개 칼슘, 가쓰오부시 소스 등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는 부분은 연구를 거듭해 전부 식물성으로 바꿨다.
풀무원의 올해 목표는 지난해보다 지구식단 제품의 매출을 180% 늘리는 것이다. 풀무원의 식품 사업 전체 매출에서 지구식단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약 8%인데, 2025년까지 27%로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풀무원 본사에서 박종희 풀무원 지구식단 BM(상무·브랜드매니저)를 만났다.
박 상무는 지난 2021년부터 풀무원의 마케팅 혁신을 담당하다 지난해 6월 지구식단 브랜드를 만들면서 관련 제품군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7년부터 4년간은 풀무원 미국 지사에서 두부와 식물성 원료 기반 단백질 제품의 마케팅을 담당했다.
박 상무는 “작년까지만해도 식물성 만두 등 대체육 제품이 고기 원료를 쓴 것보다 맛이 없을 거라는 일종의 ‘열등감’이 있었다”면서도 “지난해 지구식단 제품군의 매출을 보고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채식주의자가 아니어도 고유의 맛에 반한 사람들이 지구식단을 찾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풀무원의 지구식단은 지난해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5관왕을 차지했다. 푸드앤푸드테크대상은 최고의 식품을 가리는 시상식으로, 제품의 혁신성 뿐 아니라 맛 등 소비자 기호도 반영한다.
풀무원의 ▲식물성 지구식단 표고야채 한식교자 ▲식물성 지구식단 하이프로틴바는 베스트에 선정됐고 ▲식물성 지구식단 동글떡볶이 ▲콩단백숯불직화구이 ▲식물성 런천미트는 대상을 받았다.
박 상무는 이날 ‘지구를 위해, 나를 위해’라는 지구식단의 슬로건이 적힌 흰색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인터뷰에 임했다.
그는 “풀무원은 지난 5월 회사의 전반적인 가치 체계를 변경했는데, 지속가능한 경영이 화두였다”며 “이런 가치를 담은 ‘지속가능한 식품’을 만들기로 하면서 지구식단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풀무원은 기존에 회사에 부문별로 흩어져있던 채식 메뉴를 ‘지구식단’이라는 브랜드로 결집해 역량을 모았다.
예를 들어 두부 텐더라는 이름으로 2021년에 내던 제품을 지구식단 브랜드의 대표 제품으로 포함시키면서 사용 원료를 조개칼슘 대신 해조칼슘으로 바꾸고. 가쓰오부시 대신 야채를 굽고, 훈연해서 비슷한 향을 내는 등의 대대적인 조리법 개선을 했다.
박 상무는 “육즙에서 나오는 풍미를 재현할 때도 나트륨, 당, 첨가물 함유를 엄격하게 제한하다보니 다양한 원료가 들어간다”며 “가령 식물성 지구식단 동글떡볶이의 경우 네가지 소스를 볶고 구워서 훈연한 육수에 다시마를 깊이 우려서 만든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채소 가격이 오르면서 미국의 대표적인 대체육 브랜드인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가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에 대해 박 상무는 “이 기업들의 어려움을 대체육의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조 공정 혁신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를 줄일 수 있다면, 대체육 사업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박 상무는 “두부를 고깃결처럼 ‘결’을 만들어 식감을 살린 ‘결두부’는 풀무원만 가지고 있는 특허 기술로 만든 원재료인데, 결두부를 텐더 뿐 아니라 다른 풀무원 제품에도 사용하면서 생산 규모를 늘리는 식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면서 “대체육의 주 원료인 콩을 가지고 가공하는 원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박 상무는 지구식단의 목표를 ‘쉬운 채식’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채식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한 모임에서 ‘비건(채식주의자)은 실천하기 어렵고 까다로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비건이 아닌 사람도 먹을만한 채식 제품을 풀무원이 출시해줘서 너무 좋았다’는 평가를 들었다”며 “만두, 떡볶이와 같은 일상 식단을 그대로 먹으면서도 특별히 애쓰지 않고 비건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구식단이 가고자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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