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6800원에서 3400원 떨어졌는데 6만900원?…주식배당이란 [주경야독]
지난 기사에서 한 독자분이 댓글로 남겨주셨던 질문에 대한 답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난 28일 주가를 보면 독자분의 말씀처럼 다들 6만900원으로 보일 겁니다. 하지만 전날인 27일 종가는 같은 HTS라도 어떤 화면에서는 6만6800원, 어떤 화면에서는 6만4300원으로 나타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27일 장 종료 당시 주가는 6만6800원이 맞습니다. 그런데 거래소가 이 회사의 주식배당을 통해 늘어난 주식수를 감안해 28일 장 개시 시점에 전일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한 것입니다. 그렇게 조정된 ‘수정주가’가 6만4300원인 것입니다.
이번에는 주식배당과 이에 따른 주가 조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상장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주식배당이 아닙니다. 회사의 재산을 주주에게 배분하는 것으로, 현물배당에 속합니다. 주식배당은 주식을 새로 찍어서 주주들에게 주는 것입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주식을 팔아서 현금화하면 되니까 현금으로 주나, 주식으로 주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회사는 현금배당을 주지 않고 자사주를 뿌리는 것일까요? 현금배당을 하고 싶은데 현금이 없어서 주식을 대신 주는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현금배당이나 주식배당 모두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한다는 측면에서는 똑같습니다. 현금배당 여력이 없는 회사는 주식배당도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회사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중에서 배당을 하고 남은 유보금이 쌓이면 이익잉여금이 됩니다. 이익잉여금이 배당재원입니다. 이익잉여금이 있다면 그해에 조금 적자가 나더라도 이른바 ‘적자배당’이 가능합니다. 현금배당을 하면 그 금액만큼 이익잉여금이 줄게 되죠. 반면에 주식배당을 하면 이익잉여금이 줄어드는 대신에 자본금이 증가합니다. 주식이 더 발행됐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자산은 남의 돈인 부채와, 자기 돈인 자본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자본이 많아야 건실한 회사인데요.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모두 자본 항목에 들어갑니다. 현금배당을 하면 배당 규모만큼 자본이 줄지만 주식배당은 자본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왼쪽 주머니에서 빼서 오른쪽 주머니에 넣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식배당은 또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유통주식수를 늘리면서 거래를 더 활성화시키고 주가를 부양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주식배당은 주주들에게 공짜로 주식을 나눠준다는 측면에서 무상증자랑 비슷합니다. 무상증자도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무상으로 지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입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주식배당은 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무상증자는 자본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바꾼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주식수가 변동되면 한국거래소가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정합니다. 주식수의 변동이 있더라도 시가총액은 일정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보다 간략한 예를 보겠습니다. 현재 주가 1만원이고 발행주식이 1만주인 시가총액 1억원짜리 상장사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주식배당이든 무상증자든 기존 주주에게 주당 1주씩 신주를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발행주식수가 2만주가 되겠죠? 이에 따라 주가를 1만원에서 5000원으로 하향 조정합니다. 그래야 시가총액이 다시 1억원이 됩니다. 2018년 200만원대이던 삼성전자가 50대 1의 액면분할을 통해 5만원대가 된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식배당을 받기 위해서는 지난달 27일까지 이 회사 주식을 매수해야 했습니다. 지난달 27일이 배당기준일입니다. 그리고 28일부터는 이 회사 주식을 사도 연말 배당을 못 받습니다. 이날이 배당락일입니다. 배당락일이 되면서 불어난 주식수를 반영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전일 종가가 6만6800원에서 6만4300원으로 조정됐습니다.
현금배당의 경우에는 이같은 인위적인 주가 조정이 없습니다. 현금배당도 기업에서 현금이 유출돼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과거 1990년대까지만 해도 현금배당에 대한 인위적인 주가 조정이 있긴 했습니다. 지금은 주식배당만 주가를 조정합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외에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도 주식배당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셀트리온도 27일 종가가 17만7000원에서 17만500원으로, 셀트리온제약은 7만4700원에서 7만1200원으로 변경됐습니다. 물론 27일 이전의 주가도 모두 같은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마 궁금한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일 것입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를 6만5000원에 샀는데 6만6800원이던 주가가 6만4300원으로 조정됐다면 손해를 본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계좌 잔고를 보면 마이너스로 표시될 겁니다. 이렇게 인위적인 주가 조정을 통해 주가가 싸보이는 착시현상을 권리락 효과라고 합니다.
권리락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사라지게 됩니다. 배당은 3월말 주주총회를 거쳐 4월 중순에 입금됩니다. 주가는 낮아졌지만 4월 중순에 모자란 금액만큼 새로 주식이 새로 입고되면서 계좌의 균형이 맞춰지게 됩니다. 긴 안목에서 보시면 시차의 문제일 뿐 별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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