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교역 악화에 비자 발급 중단 보복까지…韓 수출 혹한기 길어지나

세종=전준범 기자 2023. 1.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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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10일 대중 수출 전년 동기 대비 24% 급감
이 영향으로 열흘 만에 대중 무역적자는 19억달러
중국 내수 강화에 날로 악화하는 대중 교역 성적표
엎친 데 덮친 격 단기비자 발급 중단 보복조치까지
“양국 교역 직·간접적 피해 불가피…수출기업 지원”

우리나라가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무역에서 3개월 넘게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국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단기·경유 비자 발급 중단 이슈가 터졌다. 대규모 대중(對中) 무역 흑자 시대가 구조적으로 끝나가는 상황에서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방역을 둘러싼 두 나라의 신경전까지 겹친 것이다. 2023년 수출 혹한기를 어떻게든 뚫고 나가야 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대응이 더욱 세심하고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상·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뉴스1

◇ 새해 열흘 만에 대중 무역 적자 19억달러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계묘년(癸卯年) 첫 달 1~10일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29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7% 감소했다. 반면 중국으로부터 수입액은 48억달러로 16.1% 증가했다. 수입이 수출의 1.5배에 달하면서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올해 들어 열흘 만에 18억7000만달러로 치솟았다. 월간 기준 대중 무역 적자 최대치였던 작년 10월의 12억6000만달러를 크게 웃돈다.

이미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해 10월부터 적자 흐름을 지속했다. 앞서 5~8월에도 4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199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통관 기준 잠정치인 만큼 이후 수치는 계속해서 달라졌지만, 한국과 중국의 교역 구조에 큰 변화가 발생한 건 명확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경기 침체와 반도체 수출 둔화, 중국산 원자재·중간재 가격 상승 등이 대중 무역 적자 폭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과 중국이 처음 수교를 시작한 1992년부터 작년까지 30년 동안 쌓인 대중 무역 흑자는 7066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연도별로 끊어서 보면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 흑자는 2013년 628억달러를 기점으로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양국 무역 규모가 사상 처음 3000억달러를 돌파한 2021년에도 무역 흑자는 2013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 243억달러에 머물렀고, 작년에는 중국 경기 둔화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12억5000만달러로 급전직하했다.

그래픽=편집부

그간 중국 정부는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내재화를 꾸준히 시도해왔다. ‘쌍순환’이란 불리는 내수 강화 정책을 앞세워 수입에 의존해온 여러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례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제조용 장비 국산화율은 2021년 말 21%에서 2022년 상반기 32%로 크게 올랐다. 이런 성과가 ‘한국의 대중 무역 흑자 축소’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한국의 대중 무역 흑자 감소는 글로벌 경기 하강, 에너지 수입 증가 등의 이슈와 맞물리면서 지난해 우리나라에 472억달러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를 안겼다. 기존 연간 최대 적자인 1996년의 206억달러를 두 배 이상 넘어선 수치다. 연간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 자체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132억6000만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 비자 발급 중단까지…“차이나 무역지원 데스크 가동”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 국민에 대한 단기·경유·도착 비자 발급을 잠정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위해 중국발(發) 입국자 검역을 강화하자 중국도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이다. 주한 중국 대사관은 지난 10일 단기 비자 발급 중단을 통보하면서 “상기 사항은 한국이 중국에 대한 차별적인 입국 제한 조치 취소 상황에 따라 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새해 들어 우리나라 정부는 중국 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 상황 등을 고려해 중국발 입국자의 한국 방문 전후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했다. 1월 2일부터 90일 이하 단기 체류자는 입국 직후 공항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도록 했고, 5일부터는 한국 입국 48시간 전 발급한 PCR 검사 음성 확인서도 제출하도록 했다. 한국행 단기 비자 발급과 한·중 항공편 증편도 중단됐다.

광주 북구에 있는 중국비자서비스센터의 문이 닫혀 있다. / 연합뉴스

통상 당국은 양국의 이런 비자 발급 중단 조치가 대중 비즈니스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비자 발급 중단이) 선박에 실리는 수출입 컨테이너 물량에 당장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두 나라 교역 규모가 워낙 크고 매일 수많은 기업인이 양국을 오가기 때문에 직·간접적인 비즈니스상 불편함은 어쩔 수 없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산업부가 1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차이나 무역지원 데스크’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대중 교역 여건 추가 악화를 염려해서다. 차이나 무역지원 데스크는 코트라 중국 지역 무역관(21개)을 통해 우리 기업의 중국 출장이나 현지 지사 대행 서비스를 무료 또는 싼 가격에 제공할 계획이다. 수출기업은 데스크를 통해 대리면담, 전시회 대리참관, 바이어 실태조사, 온라인 공장 실사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13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 주재로 주요 업종별 협회와 회의를 열어 업종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원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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