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 청약한파에 고전하는 ‘후분양 단지’
집값 상승기에 후분양 선회했다 ‘ 미달’
집값 상승기에 후분양으로 선회했던 단지들이 저조한 청약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단기간 잔금 마련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세대비 분양가가 저렴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실적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속속 미달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청약에 나선 평촌센텀퍼스트(DL이앤씨·코오롱글로벌 시공, 총 2886가구·23개동)는 특별공급 627가구 모집에 단 83건이 접수됐다. 특별공급 물량의 13%만 주인을 찾은 셈이다.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일반공급에서도 1150가구 모집에 350건만 접수되면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전체 8개타입 중 전용 36㎡, 46㎡, 59㎡ 등 6개 타입은 접수 건수가 모집 가구수보다 적어 미달이 발생했다. 전용 84㎡짜리 A·B타입만 1·2순위 합산 경쟁률이 겨우 1배수를 넘겼다.
경기 안양 덕현지구를 재개발한 이 단지는 오는 11월 입주가 가능한 후분양단지로, 당초 2020년 10월 선분양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시한 3.3㎡당 1810만원대 분양가에 만족하지 못한 조합이 후분양으로 선회하면서 현재 분양가가 평당 3211만원으로 높아졌다. 작년 5월 인근에서 분양한 평촌 어바인퍼스트 더샵(2652만원)보다 21%가량 비싸다.
후분양으로 선회했던 다른 단지에서도 청약실적이 저조하다. 지난달 19~21일간 청약접수를 받은 힐스테이트 인천시청역(백운1구역 주택재개발)은 400가구 모집에 270건만 접수되면서 32.5%가 미달됐다. 선분양을 검토하던 이 단지는 조합의 내부적인 이유로 분양절차가 늦어지면서 후분양으로 선회했다.
후분양으로 진행한 부천 루미에르(명신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와 인천석정 한신더휴(LH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등도 전부 미달이 발생했다. 지난달 26일 청약을 진행한 루미에르는 29가구 모집에 24건, 이달 2일 청약 진행한 인천석정 한신더휴는 139가구 모집에 39건만 접수됐다.
통상 집값 상승기에는 후분양으로 선회하는 조합들이 많다. 청약 경쟁률이 수백대 1에 달하기 때문에 분양 시점을 늦추더라도 정부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11월 경기 파주에 후분양한 ‘운정신도시 푸르지오 파르세나’(일반공급 753가구)는 평균 36.41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됐다. 작년 7월 청약을 실시한 ‘e편한세상 지축 센텀가든’(일반공급 103가구)도 1순위 모집 당시 1만7742건이 몰리면서 평균 172.2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출이자가 오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전반적으로 청약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 단기간 내 잔금을 지불해야하는 것에 대한 부담까지 커지면서 후분양 단지의 매력이 반감된 것이다. 계약금·중도금 납부 시점과 입주 시점 간 간격이 짧아 시세가 오를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분양가와 시세의 격차가 작으면 잔금대출 시 투입해야하는 현금이 많아진다.
다만 후분양이더라도 시세보다 저렴한 지역에서는 청약통장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공급된 ‘마포더클래시’는 평균 경쟁률 19.4대1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59㎡ 10억원대, 84㎡ 13억~14억원대로 책정됐다. 인근 대장주 아파트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2014년 입주) 전용 84㎡ 실거래가(16억2000만원, 작년 12월 기준) 대비 저렴하다.
이처럼 시세대비 분양가가 저렴하지 않은 후분양 단지는 ‘흥행 실적’을 담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체적으로 고금리 영향으로 분양시장이 가라앉으면서 고분양가로 평가받는 단지들이 상품성을 잃었다”면서 “주택가격이 오를땐 후분양 단지도 분양가보다 시세가 더 가파르게 올라 경쟁력이 있었지만, 이제는 선분양도 시세보다 비싸다고 평가를 받고 있어 매력이 반감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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