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강수연, 유작 '정이'서 어땠나…김현주와 절제된 모녀 '케미' [N이슈]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배우 고(故) 강수연이 생전에 출연한 마지막 작품 영화 '정이'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정이'는 '지옥' 시리즈로 또 한 번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을 끄는 데 성공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 2013년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연출한 영화 '주리'에 출연한 이후 한동안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강수연은 2021년, 약8년 만에 '정이'에 출연, 화려한 귀환을 앞두고 있었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다. 강수연은 극중 크로노이드에서 뇌복제 시술을 통해 전설의 영웅 정이를 개발하는 팀장 서현을 연기했다. 이어 배우 김현주가 내전 중 수많은 작전에서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어낸 전설의 아이콘 윤정이를, 류경수가 정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달려가는 크로노이드 연구 소장 상훈 역을 맡았다.
'정이'는 사실상의 주인공인 윤서현의 심리를 따라가는 SF영화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위해 용병으로 일하던 '싱글맘'이자 전쟁 영웅 윤정이는 35년 전 전투 중에 갑자기 사망했고, 이제는 중년의 여인이 된 딸 윤서현 박사가 엄마의 명예를 지키고 또 한 번 그를 전쟁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뇌복제를 이용한 A.I. 로봇 개발을 위해 애쓴다.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정이'에서 강수연은 오랜 시간 엄마 정이에게 죄책감을 갖고 살아온 서현이라는 인물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그는 절제된 표정과 목소리로 죄책감과 책임감에 짓눌려 살아가는 지적인 캐릭터를 그려냈는데 과연 전설적인 배우다웠다. 오랜만의 영화 출연에도 불구하고 어색함 없이 관객들의 몰입을 끌어낼만한 내공을 보여줬다.
영화 속에서 서현은 A.I. 로봇인 정이나 상훈에 비해 가장 인간적인 인물이면서도 가장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아이러니한 캐릭터다. 감정의 동요를 잘 드러내지 않는 서현을 연기하며 강수연은 김현주, 류경수 등 후배 배우들과도 훌륭한 호흡을 보여줬다. 특히 김현주와 함께 하는 신은 분량은 많지 않지만, 엄마와 딸의 뒤바뀐 상황과 감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영화에 깊이를 더한다.
지난 12일 진행된 '정이' 제작보고회에서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 '지옥'을 촬영할 당시 '정이'의 대본을 썼지만 애초 영화화 하겠다는 의지를 크게 내지는 않았다고 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SF장르이기 때문에 영화 속에 종합 엔터테인먼트적인 특징이 들어가야 했지만 '정이'는 주인공 서현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정이'의 주인공으로 강수연을 떠올리고부터 달라졌다.
연 감독은 "어느 날 윤서현이라는 인물을 영화로 만들면 캐릭터를 누가 연기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갑자기 강수연 선배의 이름이 생각났다, 강수연 선배가 윤서현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고 나서 그때부터 '정이'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면서 "강수연 선배가 영화를 기획하게 되고 영화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되는 원동력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고 강수연은 지난해 5월5일 서울 강남 자택에서 뇌출혈에 따른 심정지로 병원에 이송됐고, 5월7일 향년 5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66년생으로 아역 배우 출신인 강수연은 영화 '고래사냥2'(1985)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 등의 영화로 큰 인기를 얻어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로 부상했다. 또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1986)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월드 스타'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특히 강수연의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은 국제영화제에서 받은 우리나라 배우 최초의 상이었다.
고인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계 발전에 일조했다. 오는 20일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영화 '정이'는 고인의 유작이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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