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지만 뜨겁다...설 기대작 '유령' 관전포인트 3가지 [SS무비]
18일 개봉하는 영화 ‘유령’은 배우들의 호연과 미끈한 장르의 변주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첩보액션물이다.
중국 마이지아 작가의 추리 소설 ‘풍성’에서 출발해 외딴 성에서 항일운동 스파이 ‘유령’을 색출한다는 원작의 모티프에 일제강점기 조선의 상황과 당시 항일 투사로 활약한 여성들의 연대기를 녹여냈다.
영화는 의심과 의심이 첩첩이 쌓여가는 추리를 통해 긴장을 더한다. ‘유령’의 정체가 드러난 뒤에는 액션물로 전환,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 초반부는 차가운 추리물이다.
배경은 1930년대 경성. 조선 항일단체 흑색단의 조선총독부 신임총독 암살사건이 수포로 돌아가자 신임총독은 총독부 내 비밀 요원 ‘유령’의 색출작업을 지시한다. 총독의 새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 분)는 유령을 찾기 위해 용의자들을 외딴 호텔로 소집한다.
이곳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설경구와 이하늬다. 설경구는 명문가 군인 출신으로 출세가도를 달리다 한직으로 쫓겨난 총독부 통신과 관리감독관인 무라야마 쥰지를, 이하늬는 조선 재력가 집안 출신으로 통신과 암호문 기록 담당 박차경을 연기한다.
‘유령’의 정체를 찾아내려는 쥰지의 회유,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비밀을 간직한 박차경의 견제는 보는 것만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두 사람이 벌이는 몸싸움은 남녀의 싸움이라기보다 맹수들의 한판승 부같은 느낌마저 안긴다.
유령의 정체가 밝혀진 중후반부는 뜨거운 액션이다. 박해수와 박소담이 하드캐리한다.
카이토대장 역을 맡은 박해수는 정적인 쥰지를 없애고 유령 색출작업을 통해 공을 세우려는 작전 설계자로 나선다. 박해수는 조선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카이토 역을 위해 단 2주만에 일본어 대사를 외운 것은 물론 고도의 심리전과 무자비할 정도로 폭력을 행사하는 액션을 모두 소화하며 전천후 배우로서 능력을 뽐낸다.
박소담의 활약은 그 자체로 사이다다.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의 비서 유리코를 연기한 그는 모두가 바짝 얼어있던 초반부부터 일본군인들 앞에서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며 안하무인 행패를 벌인다. 후반부 이하늬와 함께 벌이는 호쾌한 총격신은 박소담의 매력과 진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영화에서 돋보이는 건 우아하면서 감각적인 미장센이다. 용의자들을 한 곳에 모은 성은 어둡지만 품격이 느껴진다.
영화관, 포스터, 성냥, 전축, 레코드판까지 작은 소품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갓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모던보이’들이 낭만을 논했던 그 시절 경성의 모습에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동서양의 퓨전문화를 선보인다.
후반부 조선총독부 신임총독 취임식이 열리는 극장에서 액션은 이질적인 우아함마저 느껴진다. ‘유령’이라는 제목답게 마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연상케 하는 벨벳 질감의 붉은 커텐과 푸른 커텐 뒤에서 벌어지는 총격신은 이 영화의 차가움과 뜨거움을 색채로 표현하는 듯 하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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