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의 재결합..다저스와 로하스, 윈-윈 할 수 있을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9년만의 재결합이 이뤄졌다.
LA 다저스는 1월 12일(한국시간) 마이애미 말린스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다저스는 이날 내야수 제이콥 아마야를 마이애미로 보내고 미겔 로하스를 영입했다. 양 구단은 이날 트레이드를 공식 발표했다.
9년만의 복귀다. 2014시즌이 종료된 후 다저스를 떠나 마이애미로 향했던 로하스는 마이애미에서 8년을 보낸 후 '친정'으로 돌아왔다.
다저스는 유격수가 필요했다. 로하스가 다저스를 떠난 뒤 데뷔한 코리 시거가 지난 오프시즌 텍사스 레인저스로 떠났고 지난해 다저스 내야를 지킨 트레이 터너도 올겨울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향했다. 유격수가 없는 다저스는 2루수 가빈 럭스를 유격수로 기용하는 것을 고민했지만 그래도 안정감 있는 '전문 유격수'가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시즌을 앞두고 마이애미와 2년 1,000만 달러 재계약을 맺은 로하스는 2023시즌 연봉 500만 달러를 받는 선수. '사치세 리셋'을 시도하는 다저스 입장에서 계약 규모도 적당했다. 다저스는 FA 시장에 있던 특급 유격수들을 모두 외면하고 1년의 저렴한 계약이 남아있는 로하스를 선택했다.
베네수엘라 출신 1989년생 내야수 로하스는 신시내티 레즈에서 마이너리거 생활을 시작했다. 2009년 처음 싱글A에 들어선 로하스는 2012년에야 트리플A 무대를 밟았다. 프로 레벨에서 한 번도 0.700 이상의 OPS를 기록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타격에는 이렇다할 재능이 없었다. 2012시즌을 끝으로 신시내티 산하를 떠났고 다저스에 입단했다. 그리고 2014년 트리플A에서 .302/.353/.434 4홈런 13타점 7도루의 프로 입단 최고 성적을 썼고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로하스는 타격에는 재능이 없었지만 수비에서 만큼은 재능이 있었다. 데뷔시즌 85경기에서 .181/.242/.221 1홈런 9타점에 그쳤지만 2014시즌 유격수로 +10, 3루수로 +3의 DRS(디펜시브 런 세이브)를 기록한 로하스는 핸리 라미레즈라는 최악의 수비력을 가진 유격수를 보유하고 있던 다저스에서 쉽게 돋보였다. 2014시즌이 끝나고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을 전격 선임한 다저스는 '악성 계약'들을 정리하고 팀을 재정비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그 과정에서 로하스도 팀을 떠나게 됐다.
2014년 12월 다저스는 마이애미에서 포수 오스틴 반스, 불펜투수 크리스 해처, 선발 앤드류 히니, 내야수 키케 에르난데스를 영입했다. 그리고 마이애미로 스타플레이어였던 2루수 디 스트레인지-고든과 선발투수 댄 해런, 그리고 로하스를 보냈다.
팀을 옮기고 주전 자리를 보장받은 로하스는 타격에서도 성장을 이뤘다. 리그 평균 이상의 생산성을 기록하는 수준까지 성장한 것은 아니지만 OPS 0.700를 넘나드는 수준까지는 올라섰다. 그리고 수비에서의 강점은 계속 이어갔다. 골드글러브 수상까지 올라선 적은 없지만 꾸준히 안정적인 모습으로 마이애미 내야를 지켰다. 단축시즌을 제외하면 매년 리그 평균 이하의 타격 생산성을 보였지만 수비 덕분에 꾸준하게 플러스의 WAR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빅리그 유격수 전체 2위의 DRS를 기록하기도 했다.
타격 능력은 부족했지만 그래도 모든 면이 최악인 것은 아니었다. 장타력은 기대하기 어려운 선수였지만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타자였고 헛스윙이 적었으며 컨택 능력은 리그 평균 이상이었다. 로하스는 최근 5시즌 연속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면에서 리그 상위 10%에 이름을 올렸고 기대 타율도 꾸준히 평균 이상이었다. 헛스윙율 역시 리그 최상위권이었다. 단축시즌에는 40경기에서 .304/.392/.496 4홈런 20타점을 기록해 3할 타율과 0.800 이상의 OPS를 쓰기도 했다.
다만 재결합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다저스는 현재와 미래를 바꿨다. 마이애미에 내준 아마야는 유격수 유망주로 다저스 팀 내 15순위 평가를 받는 선수. 지난해 트리플A에 올랐고 곧 빅리그 무대도 밟을 수 있는 유망주다. 로하스보다 좋은 타격 능력을 가졌고 수비 능력도 준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저스는 팀의 장기적인 2루수 자원인 럭스의 포지션을 이동해 혼선을 주는 대신 단기적으로 기용할 유격수를 선택했다. 올시즌 종료 후 FA가 되는 로하스는 9년만에 복귀한 다저스에서 1년을 뛴 후 다시 떠날 확률이 높다. 다저스는 다음 오프시즌 트레버 바우어의 잔여 계약과 J.D. 마르티네즈, 노아 신더가드 등 단년 계약들을 털어낸 뒤 새 유격수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가 로하스를 선택했다고 해서 성적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저스는 올해도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팀. 로하스는 동료들에게 공격을 맡기고 확실한 수비를 선보일 필요가 있다. 로하스 역시 다시 시장으로 향해야 하는 선수. 올해 다저스에서 우승이라는 성과를 낸다면 다음 오프시즌 시장에서 준수한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9년만에 재결합한 다저스와 로하스가 과연 '윈-윈'하는 시즌을 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미겔 로하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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