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면담 좀 합시다"…금감원, 저축은행 PF부실 관리강화

지영의 2023. 1. 13.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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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부동산 대출에 저축은행 위기대응 ‘빨간불’
금감원, 국내 저축은행 점검 나서
위기대응 방안·경영계획 받고 줄줄이 면담 예약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금융감독원이 국내 저축은행들을 대상으로 경영 계획을 제출 받고 개별 점검에 들어갔다. 부동산금융을 대량 취급한 금융사들의 건전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특히 고위험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에 대한 현미경 점검에 나선 모양새다.

(사진=이데일리DB)
“위기 대응안 들고 들어와”…금감원, 부실화 우려에 ‘현미경 점검’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감독국은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위기상황 분석을 반영한 2023년도 경영계획안’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지난해 10월 초 위기상황 분석결과 및 대응계획을 먼저 제출받은 이후 올해 경영 방향을 재차 점검 나선 상황이다. 사업계획안을 확정 짓고 제출하는 순서대로 줄줄이 개별 면담도 진행한다. 건전성의 바로미터인 BIS자본비율이 적정 권고 수치인 11%를 하회하는 곳을 대상으로는 유상증자나 자산증가 속도 조절 등을 통해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라는 주문을 냈다.

금감원이 저축은행의 위기대응 계획을 반복적으로 점검하는 이유는 저축은행업권의 과중한 부동산대출 비중에 있다.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관련 사업 부실화시 대손 부담이 저축은행 건전성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권은 최근 수년 사이 부동산 시장 호조를 틈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 대량으로 늘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저축은행권은 부동산금융 비중을 지난 2019년 말 대비 지난해 상반기 말까지 평균 3.5배 이상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저축은행업권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 비중은 약 200%에 달한다. 특히 시장 악화 속에 부실화 위험이 높은 고위험 투자군인 브릿지론(Bridge Loan)을 자기자본 대비 대량 취급했다. 부동산금융 내 브릿지론 비중이 약 50%까지 치솟았다.

최형욱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실장은 “저축은행권은 기업대출 부동산금융, 사업자모기지론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를 예상하고 있다”며 “이외에 가계채무부담이 확대되고 있어, 저소득 다중채무자 중심의 부실도 증가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금융감원 관계자는 “특히 BIS 비율이 낮은 곳을 중심으로 중점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며 “사실상 금감원의 안전 지도 방향을 벗어나지 못할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새해에는 더 관리감독과 지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료=한국신용평가)
◇ 문제 산적한 저축은행권…금융당국 경영개입 ‘목전’

경영 부실로 당국의 경영개입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는 곳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저축은행중앙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 79개사의 자기자본 비율(BIS)은 12.87% 수준이다. 이미 금융당국의 권고 수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투자저축은행(9.8%), 대신저축은행(10.3%), 애큐온저축은행(10.3%), 페퍼저축은행(10.5%) 등은 권고 기준을 밑돌고 있다. 이들 은행의 경우 BIS자본비율 관리에 실패해 8%가 무너질 경우 적기시정조치가 발동, 금융당국의 경영개입을 받게 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수년 사이 부동산 대출을 빠르게 늘리는 과정에서 내부통제 부실 사례가 누적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중 진행한 내부 감사에서 부동산금융 취급 과정에 비정상적 자산 매입 및 감평 묵인, 대출 브로커에게 비정상적 수수료 지급 등의 문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내 한 리스크관리 담당자는 “이전에 진행했던 점검에서 나왔던 문제가 이후 감사에서 동일하게 발견된다”며 “감사 지적사항을 내보내도 실무 일선에서는 반영이 잘 안 되는 게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가 이렇게 올랐을 때 할 수 있는 한도까지는 대출을 진행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부동산PF 금지라고 하는 곳도 여전히 대출 가능성은 계속 열어두고 있다. 개발PF는 12~15% 이상 수익 낼 건으로 가져오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시장 상황이 위험하긴 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는 고금리를 건질 대목이라고들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올해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기존 우량채권 위주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려고 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영의 (yu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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