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치고, 술마시고"…법정서 나온 김성태 '황제도피' 정황들

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2023. 1. 13.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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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뇌물 혐의' 이화영 재판서 소환된 김성태
쌍방울 직원들, 증인으로 재판 출석
"골프 치고, 술 마시고…사업 관련 사람도 만난다더라"
쌍방울 임직원들 3천만원 들여 출국해 김치 등 조공도
체포되며 '황제도피' 끝…이르면 이번주 국내 송환
지난 10일(한국시간) 태국 현지 경찰에 의해 검거될 당시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왼쪽)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독자 제공

▶ 검사-쌍방울 계열사 대표 대화
검사 "증인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김성태 전 회장을 만난 적 있죠. 무슨 이야기를 했나요?"

쌍방울 계열사 대표 "이야기보다는 골프 치고 술도 마시고…코인인가 블록체인인가 투자도 좀 받고, 사람도 만난다고 하셨어요"

8개월 동안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가 강제추방이 확정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쫓기는 중에도 취미생활뿐 아니라 신규 투자사업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일 수원지법 204호에서는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열렸다. 이날 법정에는 쌍방울 한 계열사 대표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로 출국해 김 전 회장을 만났다. 김 전 회장은 이보다 한 달 전 수원지검 수사관으로부터 쌍방울 비리 관련 수사기밀을 입수하고 이미 싱가포르로 출국해 머물고 있는 상태였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는 검찰 질문에 그는 "골프도 치고, 술도 마셨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시 코인이었나, 블록체인이었나 아무튼 투자도 좀 받고 사람도 만나려고 (태국에)있는 거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누구에게 들은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A씨는 "김 전 회장에게 직접 들은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 사업까지 검토하고 있던 셈이다.

김 전 회장에게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해 유흥업소 종사자가 태국으로 출국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검찰은 "전직 기상캐스터와 유흥업소 종업원이 각각 태국편 항공권을 발권한 사실을 아느냐"며 "김 전 회장을 위해 출국했다고 하더라"라고 물었다.

이에 A씨가 "저 대신은 아니"라고 답했고, 검찰이 다시 "물품은 갖고 나갔나"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쌍방울그룹. 연합뉴스


쌍방울 임원 B씨의 증인신문에서는 김 전 회장을 만나기 위해 임직원들이 수천만원 상당의 항공비를 결제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검찰은 "임직원들이 김 전 회장을 만나기 위해 3100만원 상당의 항공권을 결제했다"며 "결제를 증인이 했다고 한다"고 추궁했다. 그러자 B씨는 "비서실에서 (해달라고)연락이 왔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의 구체적인 도피 자금도 언급됐다. 검찰은 "지난해 8월까지 쌍방울그룹에서 항공권이나 식자재 비용으로 1억1600만원을 사용한 사실을 아나"라고 물었다. B씨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일각에서 김 전 회장의 태국 생활을 도운 인물로 지목되는 '태국 한인협회장'도 재판에서 언급됐다. 검찰은 "증인은 다른 동료 직원에게 태국 한인협회장을 '회장님 뒷바라지 한 친구'라고 표현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 연합뉴스


그러자 A씨는 "김 전 회장이 직접 그렇게 얘기를 했고, 여러모로 도움을 받는 오래된 동생이라고 했다"며 "(한인협회장이) 한국으로 나가게 되면 신경을 좀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또다른 증인은 "회사 탕비실에 (김 전 회장에게 보낼) 물품이 쌓여있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실제 쌍방울 임직원들은 김 전 회장을 위해 김치와 회 등 음식을 공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황제도피'를 한 김 전 회장은 지난 10일 태국 현지 경찰에 체포될 당시에도 골프를 치는 중이었다. 그는 양선길 쌍방울 회장과 태국 빠툼타니의 한 골프장에서 검거됐다.

황제도피는 끝…강제추방 돼 국내 들어온다

황진환 기자

하지만 지난 12일 현지 법원에서 강제추방이 확정되면서 김 전 회장은 이르면 이번주 국내로 송환될 예정이다. 그는 법정에서 불법체류 혐의를 인정했고, 벌금 3천바트(한화 약 11만원)를 선고받았다.

김 전 회장이 국내로 돌아오겠다고 밝힌 데는 현재 쌍방울이 처한 상황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부터 진행중인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재판에도 쌍방울 임직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등 사법리스크에 묶여 있어서다.

쌍방울 관계자는 "아무래도 (재판 등) 직원들이 고생하고 있고, 또 (해외에서) 버티는 게 큰 실익도 없는 상황이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 회장도 귀국길에 함께 할 전망이다.

검찰은 본격적인 송환 절차에 들어간다. 우선 국내 검찰이 김 전 회장이 탄 항공편에 탑승해 비행기 안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검찰이 태국으로 국내기를 보내 김 전 회장을 송환하는 방법도 있다. 국내에 도착한 김 전 회장을 검찰이 공항에서 체포할 수도 있다.

김 전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쌍방울 주가 조작 의혹,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뇌물 제공 의혹, 불법 대북 송금 의혹 등에 연루된 핵심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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