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얼마나 재고를 쌓아야 할 지 감이 안잡혀 답답합니다”
전통시장·대형마트 찾은 고객들 “물가 너무 높아” 한 목소리
상인들 “명절 분위기 안나…소비자도 ‘가성비’만 따져” 토로
전통시장이 가격경쟁력서 유리…“품목별 꼼꼼히 따져 구매”
[이데일리 함지현 백주아 기자] “명절을 앞두고 준비한 물량을 다 못 팔면 평소보다 피해가 ‘따따블’이 됩니다. 대목을 위해 재고도 많이 쌓아두고 인력도 구하면서 비용이 많이 늘어나잖아요. 그래서 예측이 중요한데 지금은 물가가 너무 올라 도저히 감이 안 잡혀서 겁이 날 정도입니다.”(전통시장 상인 김모씨)
지난 12일 서울에 있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만난 상인과 소비자 모두 깊은 한숨을 이어갔다. 고물가의 여파가 고스란히 이어져서다.
소비자들은 예전과 비슷한 수준의 상차림을 하려면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푸념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명절상을 차리려면 50만원은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부담이 크다고 느껴 상차림을 간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다보니 상인들 역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서울 종로구와 마포구에 있는 전통시장은 고객들로 붐비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설날이 임박한 1월 셋째주에 차례상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손님들이 많아서라는 게 상인들 설명이다.
반면 서울 송파구와 성동구에 있는 대형마트에는 일찌감치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러 온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설날 임박해서는 상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는 만큼 사둘 수 있는 제품은 미리 사둬 지출을 줄이려는 알뜰족들이 일찌감치 장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요일별·품목별 할인 등을 꼼꼼히 따져가면서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는 꼼꼼한 소비자들도 많았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찾은 명절을 앞둔 소비자들은 “물가가 너무 비싸 명절 준비가 녹록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마포구의 A전통시장에서 만난 60대 여성 최모씨는 “명절 제수용품을 사려고 나온 건 아니지만 작년보다 물가가 비싸다는 것은 확연히 느껴진다”며 “다른데 들어갈 돈이 많아 명절 준비는 최대한 간소하게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를 찾은 50대 송모씨도 “아무리 차례상을 간단하게 차린다고 해도 매년 5만원씩은 더 쓰는 것 같다”며 “고기가 싸면 야채가 비싸고 야채가 싸면 고기가 비싸다보니 결국 비용은 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올해 차례상 비용은 예산은 40만~50만원(4인 가족 기준)가량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들도 이같은 소비심리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 해 큰 대목 중 하나인 설날 장사를 망치면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서울 마포구 B전통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강모씨는 “지금도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평일 수준에 불과하다”며 “명절을 앞두고는 손님이 더 많아야 하지만 명절 분위기도 나지 않을뿐더러 다음주에도 손님이 늘어날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이어 “아무래도 손님들의 지갑이 얇아지다 보니 시장에 나오더라도 좀 더 싼 물건을 찾으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차례 비용 지난해보다 늘어…전통시장이 좀 더 저렴
장바구니 물가가 지속 상승하다보니 소비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품목별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판매가격을 비교하면서 발품을 더 파는 모양새다.
사단법인 한국물가정보는 12일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접근성과 편의성은 조금 부족하지만 일부 공산품을 제외하면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도 좋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직접 찾아 같은 품목의 비용을 살펴본 결과 품목별로 다르긴 하지만 전통시장의 가격이 좀 더 저렴한 편에 속했다.
전통시장에서는 설 차례상 주요 품목 중 하나인 한우 양지머리(600g)가 평균 3만원 가량에 판매됐다. 이밖에 계란(30개 1판) 7000원, 파(1단) 1500원, 돼지고기 다짐육(200g) 2000원, 오징어(1마리) 6500원이었다. 대형마트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세 곳의 매장을 찾아 평균을 낸 결과 전통시장과 같은 용량의 한우 양지머리 가격은 7만5553원으로 전통시장보다 2배 이상 비쌌다. 계란은 8040원, 파 3586원, 돼지고기 다짐육 3026원, 오징어 7740원이었다.
특히 양지머리의 경우 가격 차이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전통시장은 ‘1+’, 대형마트는 ‘1++’로 등급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가격 격차가 매우 컸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축산물이력제 도입 이후 전통시장 판매상품보다 개체, 산지, 사육지, 도축, 구제역 등 정보들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정상가 차이는 있지만 각종 행사 등을 이용하면 가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절을 준비하는 소비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합리적인 소비에 나서고 있었다. 평균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전통시장을 찾는가 하면 대형마트 할인 시기를 파악해 미리부터 대비하기도 한다.
A전통시장에서 과일을 한 아름 구매한 50대 여성 곽 모씨는 “마포구에서 최근 용산구로 이사를 했다. 용산구에 있는 대형마트를 가보니 가격이 장난이 아니었다”며 “전통시장이 가격도 30~40%가량 저렴하고 품질도 좋아 올해 명절 준비도 여기서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판교에 거주하는 맏며느리 이모씨는 수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울 송파구에 있는 대형마트를 찾았다고 했다. 이씨는 “4~6인 기준으로 상차림 하려면 가장 저렴하게 준비한다 해도 최소 30만원은 필요하다”며 “한꺼번에 가서 구매하면 30만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요일별로 마트 할인하는 제품 파악해서 미리 구매하는 방식으로 실속있게 구매를 하는 게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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