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된 미운 오리 '전장사업'…삼성·LG, 실적 악화 속 버팀목 될까
LG전자 전장 사업, 9년 적자 딛고 처음으로 연간 흑자 달성
CES 부스에 차량 2대…BMW 회장이 박수 보낸 하만의 '레디 케어'
LG전자 "이제 속도 낼 일만"…디스플레이·이노텍도 첫 차량용 부스
'미운 오리 새끼'가 이제는 어엿한 '구원 투수'가 됐다. 수년 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전장(자동차 전기장치) 사업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든든한 실적 버팀목이자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전장 자회사 하만, 인수 이후 최대 실적 기록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전장 자회사인 하만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증권가에서 추정한 하만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2조5천억원, 영업이익 7천억원가량이다.
하만은 특히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한 지난해 4분기에도 매출 3조2천억원, 영업이익 2천억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됐다. 전년 동기에 비해 최대 40% 이상 성장했다는 전망치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2016년 사상 최대인 80억달러(약 9조원) 규모 M&A(인수합병)로 하만을 사들였다. '뉴삼성'의 한축이자 미래 먹거리로 키운다는 구상이었지만 하만의 첫해 영업이익은 574억원으로, 인수 직전(6800억원)에 비해 크게 부진했다.
하만의 영업이익은 △2018년 1617억원 △2019년 3223억원 △2020년 555억원으로 들쭉날쭉했다. 삼성전자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고, 그 결과 2021년에는 영업이익이 6천억원을 돌파했다. 증권가 예상이 맞는다면 하만은 6년 만에 합병 이전 영업이익을 갈아치우게 된다.
LG전자 전장 사업, 9년 적자 딛고 처음으로 연간 흑자 달성
2013년 VS본부의 전신인 VC본부 출범으로 시작된 LG전자의 전장 사업은 9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2015년 4분기 97억원의 깜짝 흑자를 낸 이후 7년 만인 지난해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전장 사업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398억원을 기록했다.
전장 사업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악화로 가전과 TV 등 주요 사업의 실적이 악화된 지난해 4분기에도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며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첫 3개 분기 연속 흑자로 연간 기준으로도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거두게 됐다.
가전 부문의 오랜 라이벌인 두 회사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서 전장 부문의 경쟁 구도로 눈길을 끌었다. 전기차 확대와 자동차의 IT화로 '차량 내 경험' 시장이 커지면서 전장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 IT 기술 도입 가속화에 따라 엔진 중심 주행성능이 아닌 사용자의 일상과 차량의 유기적 연결에 중점을 두는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차량 내 경험 시장 규모는 지난해 470억달러 규모에서 2028년 850억달러로 2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CES 부스에 차량 2대…BMW 회장이 박수 보낸 하만의 '레디 케어'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한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은 레디 케어 시연을 보며 박수를 보내고, 하만의 오디오 '레디튠'을 시연하기 위해 직접 운전석에 올라타기도 했다. 단순 전시 수준이 아니라 실제 상용화가 가능한 단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크리스천 소봇카 하만 오토모티브 사업부 사장은 "소비자 중심의 자동차 시장은 오늘날 자동차가 제공해야 하는 것에 대한 기대치를 빠르고 급격히 변화시켰다"며 "자동차는 디지털 라이프의 연장선이 돼 집, 직장, 그 사이 어디에서나 우리가 즐기는 동일한 연결된 경험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프라이빗 부스에서 '뉴 디지털 콕핏(자동차 조종석)'을 선보였다. 34형과 15.6형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디지털 콕핏용 디스플레이로, 자율주행 모드에서는 엔터테인먼트용 대화면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수 있다. 벤더블 기술로 드라이빙 모드 시에는 운전자에게 최적의 시청 거리를 제공한다.
LG전자 "이제 속도 낼 일만"…디스플레이·이노텍도 첫 차량용 부스 차려
LG전자는 CES 2023에서 △VS사업본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자회사 ZKW의 차량용 조명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 삼각편대를 필두로 차세대 자율주행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전장 사업이 10년 만에 턴어라운드했고 고속도로에 올라갔으니 이제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전장사업 수주잔고는 작년 말 기준 80조원으로, 회사는 2026년 이후 연매출 20조원을 기대하고 있다.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도 사상 처음으로 모빌리티 기술 전시관에 부스를 차렸다. LG디스플레이는 화면이 확장되는 18인치 슬라이더블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차량용 사운드 솔루션이 탑재된 완전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첫 오픈 전시에 나선 LG이노텍은 자율주행 관련 부품을 대거 선보였다. 카메라모듈과 레이더 기술을 결합해 악천후 속에서도 정확하게 사물을 탐지하는 '센서 퓨전' 제품을 비롯해 자율주행 관련 전장 부품 16종을 모형 차량에 전시해 시선을 끌었다.
하만은 올해 매출 13조7천억원, 영업이익 8천억원을 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LG전자 VS본부는 사상 첫 10조원 매출과 370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을 둘러싼 양사의 미래 먹거리 경쟁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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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종관 기자 panic@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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