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 소아과 단체까지 의대 정원 확대 "NO"
의대 정원 확대가 올해 의료계 갈등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가 연초 의대정원 확대 논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서다. 정부가 필수의료 재건을 위한 해법 중 하나로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한 의사 수 확충을 제시한 반면, 의사 단체는 수가를 끌어올려 의사 수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필수의료로의 전공의 진입을 유도하자는 입장이다. 양측 입장이 엇갈린 가운데 최근 의사 부족 탓에 진료 중단 사태까지 빚어지는 소아청소년과 단체 조차 의사 수 확대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설 정도다. 자칫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시험 응시 거부사태가 빚어진 2020년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최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부족해서 입원환자를 못 받는 상황이 의대 정원을 늘려서 해결될 일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연초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 양상은 해당 시위에 소아청소년과 단체가 나섰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라는게 보건의료계 시각이다. 소아청소년과는 수년간 누적된 전공의 지원 급감탓에 의사 부족 현상이 빚어지는 대표적 과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충남대, 경상대, 경북대, 전남대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은 '0%'였다. 전공의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뜻이다. 이미 진료 중단과 축소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천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해 12월 소아 입원진료를 잠정 중단했다. 길병원 소아청소년과는 내년 전반기 전공의 1년차로 4명을 모집했으나 단 한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등도 야간 진료나 응급실 진료를 전면 중단 또는 축소했다. 이 같은 소아청소년과 관련 단체조차 시위에 나서 의대 정원 확충이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해법이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의대정원 확충 관련 갈등은 2020년 이후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와 의료계가 일단 논의를 미룬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가 재조명됐고, 코로나19 국면도 실내 마스크 의무 조정 논의가 나올 만큼 완화됐다.
결정적으로 보건복지부가 올해 연초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의대정원 확대 논의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의대 인력 확층 등에 대해 신속히 의료계와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소아청소년과는 물론 의료계 최대 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안정화 선언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정원 문제가 언론을 통해 이슈화 되는 부분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국면 전환으로 논의 환경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는 보건복지부 설명과 다른 목소리를 낸 셈이다.
의사 단체는 의대정원 확대보다는 수가를 끌어올려 의사 수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필수의료 과로의 전공의 진입을 유도하자고 주장한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정신적·육체적 소모가 많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나 뇌수술을 하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부족한 것은 의대 정원을 늘려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그간 의료계가 제시한 수가 개선 등 처우 개선이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논의 의지를 분명히 밝힌 만큼, 의료계와의 갈등이 자칫 2020년 처럼 치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를 통해 2022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을 총 4000명 늘리고, 그중 3000명을 지역 의료인력으로 양성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발표 이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사단체들이 집단 반발했고,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시험 응시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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