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얼음 강을 건너는 심경 - 김보람

한겨레 2023. 1. 1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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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초조가 진화하면 얼음이 됩니다

표백된 감정이
강 위로 쌓이는 날

약속을
잊은 약속처럼
잃은 사람의 이름처럼

겨울을 이해할 때까지 얼음은 두꺼워집니다

차가움은 모호하고
깨끗함은 위험하니

안에도 바깥이 생겨 비대해진 슬픔

내용 없는 바람이 맥락을 끊습니다

눈은 계속 날리고
발자국은 차오르고

누구도 편애할 수 없는 냉실 속에 있습니다

-김보람 시집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시인동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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