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그저 스페인이 좋아서 차린, 스페인 전문 책방

한겨레 2023. 1. 1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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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살던 곳은 아주 작은 도시였는데, 시내 중간에는 큰 서점이 딱 하나 있었습니다.

학교를 마친 뒤 자주 들르던 그곳에서 어느 날 잘 알지도 못하는 책 한 권을 들고 나왔는데, 그게 스페인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건물 5층에 올라 문을 여는 순간 펼쳐지는 화사한 색감의 인테리어와 남산이 시원하게 내다보이는 창밖 풍경도 자랑이지만, 무엇보다 색깔이 분명하다는 것이 스페인책방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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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우리 책방은요│스페인책방

스페인책방 내부 모습.

어릴 때 살던 곳은 아주 작은 도시였는데, 시내 중간에는 큰 서점이 딱 하나 있었습니다. 학교를 마친 뒤 자주 들르던 그곳에서 어느 날 잘 알지도 못하는 책 한 권을 들고 나왔는데, 그게 스페인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정말이지 그때는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죠.

책방을 열기 전엔 독립출판물을 먼저 만들었습니다. 책을 만들고 입고를 하러 다니다 보니 책방이라는 곳이 새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각각의 특색이 살아 있는 작은 책방들은 그전까지 주로 다니던 대형 서점과는 전혀 다른, 책의 구성도 공간의 이용도 전혀 다른 곳이더라고요. 그렇게 작은 책방들을 찾아다니다 섬세하고 다정한 마음을 가진 작가, 제작자, 독자, 책방지기 등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재미난 일을 더 많이 해보자는 마음에 직접 책방을 열게 되었습니다.

책방 콘셉트를 스페인으로 정하게 된 것은, 평생 좋아하는 것을 따라다니며 살아온 제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스페인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니까요. ‘당장 스페인에 살러 갈 수 없으니 내가 사는 곳을 스페인으로 만들자’는 마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모아놓았습니다. 마침 스페인은 이야깃거리가 너무나도 많은 나라였습니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곳들까지 모두 아우르면 여행뿐 아니라 문화, 예술, 문학, 언어 등 할 이야기가 넘쳐났어요. 그렇게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계속 모으다 보니 어느새 5년차 책방이 되었습니다.

스페인책방 내부 모습.
스페인책방 내부 모습.
스페인책방 내부 모습.

‘스페인책방’은 스페인어 문화권의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는 국내 유일의 스페인 전문 책방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스페인, 중남미 관련 책들과 스페인어 원서, 그리고 책방지기의 취향으로 고른 크고 작은 책들을 함께 소개하고 판매합니다. 다양한 문화 행사와 모임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기도 하고요, 2020년 하반기부터는 팟캐스트 ‘스페인책방 라디오: 5층인데 603호’를 진행하면서 스페인과 중남미 이야기, 책 이야기, 책방 소식 등을 전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건물 5층에 올라 문을 여는 순간 펼쳐지는 화사한 색감의 인테리어와 남산이 시원하게 내다보이는 창밖 풍경도 자랑이지만, 무엇보다 색깔이 분명하다는 것이 스페인책방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품고 있는 밝은 에너지를 느끼면서, ‘이 사람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생각해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스페인책방에서 스페인 관련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
스페인책방 내부 모습.
스페인책방 내부 모습.
스페인책방에서 스페인 관련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

그날 제 손에 들려 있던 책은 가우디의 건축물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전혀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했던 먼 나라 스페인을 저는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나게 되었던 거죠. 모든 사람이 꼭 책을 읽어야 하진 않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책이 꼭 필요합니다. 우연히 만난 책 한 권 덕분에 책방을 열게 된 저처럼요. 내게 책이 필요한지 알아보려면 일단 책을 읽어봐야겠죠.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동네책방에 들러 잘 모르는 책을 우연히 만나는 기쁨을 느껴보시면 좋겠어요. 그게 스페인책방이라면 더없이 반가울 거예요.

글·사진 ‘에바’ 스페인책방 책방지기

스페인책방
서울 중구 퇴계로36길 29 기남빌딩 5층 603호
www.spainbooksh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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