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전쟁 서사시 같은 면역 이야기

최원형 2023. 1. 13. 05: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세균은 대체로 우리에게 친절한 이웃이자 조력자이지만, 어떤 세균들은 우리 몸 안으로 들어와 균형 상태를 깨뜨리고 질병을 일으킨다.

피부가 찢기는 등 외부에서 세균들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일단 적의 머리통을 후려갈기고 보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선천 면역계'가 작동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면역
당신의 생명을 지켜주는 경이로운 작은 우주
필리프 데트머 지음, 강병철 옮김 l 사이언스북스 l 3만5000원

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세균은 대체로 우리에게 친절한 이웃이자 조력자이지만, 어떤 세균들은 우리 몸 안으로 들어와 균형 상태를 깨뜨리고 질병을 일으킨다. ‘면역’은 이를 막고 생명체의 항상성(homeostasis)을 지키려는 생명 현상이다. 유명 유튜브 과학 채널 ‘쿠르츠게작트’의 설립자 필리프 데트머는 알록달록하고 직관적인 그림들을 담은 책 <면역>에서 재치 있는 말솜씨로 면역계의 구체적인 작동을 한 편의 장대한 전쟁 서사시처럼 풀어준다.

평소 우리 몸은 미생물이 발붙이기 힘든 사막과 같은 피부의 보호를 받는다. 피부가 찢기는 등 외부에서 세균들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일단 적의 머리통을 후려갈기고 보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선천 면역계’가 작동한다. 출동한 면역 세포들은 퍼즐 조각 맞춰보듯 수용체를 통해 ‘적’을 인식하는 즉시 먹어치우고, 감염 부위에 넘쳐 흐르는 체액을 타고 ‘보체’ 단백질들이 몰려와 지원군 구실을 한다. 만약 더 강한 적이 있다면? 정보 장교이자 전령인 ‘가지 세포’가 침입자의 표본을 수집해 초고속도로인 림프계를 타고 ‘후천 면역계’를 일깨운다. 면역계는 우리 몸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모든 잠재적 침입자를 이미 알고 있으며, 이들을 죽이기 위해 ‘티(T) 세포’와 ‘비(B) 세포’, ‘항체’ 등 특수 부대들을 동원한다.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더 까다로운 적이다. 주로 점막을 타고 조용히 침투해 세포 자체를 감염시키는 ‘적대적 인수’를 시도한다. 너무 약해지거나(면역결핍) 공격적으로 변하는(알레르기) 등 면역계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반란과 내전’도 있다. 이처럼 우리의 “건강과 행복은 모든 면에서 면역계와 관련이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