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도매값은 바닥모를 ‘추락’…소비자값은 ‘요지부동’

박하늘 2023. 1. 1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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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우산업] ① 소값 떨어져도 소비침체 가속화
2021년 9월후 지속 하락에도
소매시장엔 제대로 반영 안돼
유통단계 거치며 값 두배 껑충
소비자들 부담 커져 안 사먹어
농가 한마리 순수익 고작 3%
도소매값 연동제 등 대책 필요

한우 도매값 하락세가 새해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최대 성수기인 설 명절이 불과 2주도 남지 않았지만 가격은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아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산지에는 대기물량이 쌓여 설 대목 이후 공급과잉이 한층 심화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하지만 가계 살림살이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한우 소비는 더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한우산업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한우 도매값 변동 소비자값에 반영 안돼=한우 도매값이 끝없는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가격 변동이 소비자값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한우 도매값은 2021년 9월에 1㎏당 2만2620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같은 해 12월 2만639원을 기록했고, 2022년 9월에 2만53원으로 하락한 뒤 12월에는 다시 1만6397원까지 내려갔다.

반면 소비자값은 등심 1등급 1㎏을 기준으로 2021년 9월에 10만3040원에서 같은 해 12월 10만8780원, 2022년 9월 10만660원에서 같은 해 12월 9만9580원으로 집계됐다. 한우 도매값은 지속해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뚝 떨어졌지만 소비자값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게 1㎏당 10만원을 기준으로 등락하는 모양새가 이어진 셈이다. 특히 지난해 12월을 놓고 비교하면 한우 도매값이 전년 대비 20.6%나 폭락했지만 소비자값은 같은 기간 8.5% 내리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는 “한우 도매값은 떨어졌지만 소매시장에선 그만큼 연동이 잘 안되다보니 농가는 어려움이 가중되는데도 소비자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해 외면하는 상황이 심화됐다”고 꼬집었다.

◆유통단계 거치며 소비자값 2배로 껑충=한우고기가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 도매시장과 육가공작업, 포장판매 등을 거쳐야 한다. 유통단계를 거칠 때마다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부담도 덩달아 커진다.

축평원이 지난해에 발간한 ‘2021년 축산물 유통정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한우 거세우 1마리를 출하할 때 농가가 수취하는 값은 1026만원이다. 이후 식육포장처리업체가 부분육으로 정형하고서 소매 유통업체에 소 1마리 분량을 1263만원에 판매한다. 이후 업장별로 다른 가격에 판매되는데, 백화점에선 평균적으로 3320만원, 대형마트에선 2382만원, 정육점에선 1782만원, 하나로마트에선 1750만원에 판매된다. 이들 소매단계에서의 판매가격을 가중평균으로 계산하면 1977만원에 이른다. 즉 소비자가격 대비 생산자 수취율은 51.9%에 불과하다.

◆농가 이익률 2.9% vs 대형마트 이윤 22.2%=발골정형 포장하지 않은 소를 소비자가 직접 도매시장에 찾아가서 사 먹을 수는 없기 때문에 현행 구조상 이런 유통과정 자체를 없애긴 어렵다. 하지만 소매단계에서 지나치게 많은 이윤을 취하는 바람에 소비자값이 고공행진하는 것을 고착화하고 결과적으로 심각한 소비침체를 불러오는 요인이 됐다.

축평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한우고기 판매 이익률은 22.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마켓(17.4%)과 정육점(15.6%)에서도 적지 않은 마진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축산물생산비 조사에 따르면 한우 비육우 1마리(1021만원)를 판매할 때 농가가 벌어들이는 순수익은 29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농가 이익률은 고작 2.9%에 불과한 셈이다. 2022년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사료값이 크게 오르고 농가 수취값이 떨어져 이익률은 더 악화했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소비자값 연동과 유통구조 개선 필요=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해선 우선 도매값과 소매값이 적절하게 연동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소비자가 값싼 수입육으로 돌아서지 않도록 소매 유통단계에서 누군가 폭리를 취하지는 않는지 감시가 필요하다”면서 “도소매 가격이 지나치게 벌어진다고 판단되면 기획재정부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은 지역 농·축협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하는 한우고기값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앞장서겠다는 입장이다. 안병우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대표는 “축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도매값을 반영한 권장 판매가격을 전국 1500개 농·축협 하나로마트에 주기적으로 제시해 소매시장에서도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조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승헌 전국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장은 “더이상 대형마트가 한우고기값을 주도하는 방향이 돼선 안된다”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개편하는 등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하늘·최소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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