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축산업계는 교토삼굴을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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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를 되돌아보면, 국내 축산업계는 바람 잘 날 없는 한해를 보냈다.
우선 코로나19로 전세계적인 물류대란이 발생해 2021년말부터 국제 곡물값이 치솟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곡물값은 더욱 폭등해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가축전염병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강제 시행한 8대 방역시설 의무화 조치는 재검토하고 대응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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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를 되돌아보면, 국내 축산업계는 바람 잘 날 없는 한해를 보냈다.
우선 코로나19로 전세계적인 물류대란이 발생해 2021년말부터 국제 곡물값이 치솟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곡물값은 더욱 폭등해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국제 유가 상승, 달러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우리나라 축산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배합사료의 원료 약 95%를 해외에서 구입하는데, 비용 부담이 커져 어려움이 가중됐다.
정부에서는 꾸준히 발생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막기 위해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 급작스럽게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전국 축산농가들이 내부 울타리, 외부 울타리, 입출하대, 방역실, 전실, 물품반입시설, 방조·방충망, 폐기물 관리시설 등 8대 방역시설을 2022년 12월말까지 갖추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또한 대체육과 배양육은 전통 축산업을 위협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정부의 연구지원 사업은 무작정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축산 관련 생산자단체와 산학연은 위에서 언급한 우리 축산업계의 난제에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는가.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새해부터 토끼와 관련된 고사성어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가 주목받고 있다. ‘영리한 토끼는 세개의 굴(은신처)을 파서 위험에 대비한다’는 의미인데, 우리 축산업계가 어려움에 대비해 어떤 계책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해봤다.
국제 곡물값, 유가, 환율 문제는 축산인들이 대처할 수 없는 거시경제 문제이므로 준비 대책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가축전염병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강제 시행한 8대 방역시설 의무화 조치는 재검토하고 대응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방역시설 의무화 조치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8대 방역시설 중 전실, 방조·방충망 같은 시설은 방역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지 수의 전문가들조차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어떤 근거로 정부가 총비용의 60%를 정부 예산으로 보조하는 정책을 확정하고 시행했는지 명확하게 따져봐야 한다.
일부 환경단체는 해마다 서해안과 남해안을 중심으로 월동하는 철새들에게 모이 주기 행사를 한다. 그러나 축산농가들은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철새가 축사 인근에 접근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철새를 통해 AI가 전파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철새 등 야생조류를 어떻게 다룰지 합의가 필요하다. 축산단체와 정부는 야생 철새 모이 주기 관련 규칙을 만들고 방역을 둘러싼 사회적인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대체육이나 배양육의 상품화는 전국에 분포한 축산농가의 생존권을 위협할 만한 것이며, 나아가 특정 기업의 이익만 극대화하는 것이다. 배양육이 상품화된다고 가정해도 궁극적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특정 기업과 그 기업에 지분을 투자한 사람들로 국한된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해당 사업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다만 대체육이나 배양육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정부가 나서서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례를 중점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식물로 만든 대체육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나 호기심이 점차 시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대체육이나 배양육을 두고 국내 축산업계가 나서서 부화뇌동할 필요는 없다.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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