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자 변제' 공식화…尹, 과거사 문제 넘어 한일 관계 물꼬틀까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윤석열정부가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하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안을 공개했다.
이는 정부의 최종안이 아니고 피해자 측도 반발하고 있어 아직 풀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다. 현재로서는 일본 기업들이 배상금 재원 조성에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우리 정부안을 일본이 받아들인다면, 한일 관계 정상화도 탄력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왔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에서 진행됐던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양국 현안에 대해 조속한 해결을 위해 협의해 나가자고 뜻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현안' 이었는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과거사 문제'가 논의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한일 관계는 우리 대법원이 2018년 일본 전범기업들에 대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을 내리면서 차갑게 얼어붙었다. 과거사 문제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었다.
그리고 12일 외교부는 토론회를 통해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으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를 발표했다. '제3자 변제'에 대한 내용이 미리 알려지기도 했지만 외교부가 이를 공식화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 발제를 통해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으로) '제3자의 대위변제' '중첩적(병존적) 채무인수' 방안 등을 논의·검토했다"며 "핵심은 '법리 선택'보다 '피해자들이 제3자를 통해서도 우선 판결금을 받아도 된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 국장은 특히 "원고(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3자'로부터 변제를 수령할 경우 지급 주체와 관련해선 현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바람직하다고 (협의회에서) 의견이 수렴됐다"며 △이 재단이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새 재단·기금을 설립할 때 소요되는 절차·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우선 일본 기업들이 배상금 재원 조성에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우리는 그동안 일본 기업의 사죄와 자발적인 기금 납부를 요구해왔지만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마무리된 사안이라며 응하지 않았다. 일본 기업들의 참여가 있어야 과거사 문제 해결에 더욱 다가갈 수 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12일) 일본으로 출국하며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와 기업이 감당해야 할 몫이 분명히 있다. 얼렁뚱땅 과거사를 얼버무리는 해결책은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일본에서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아소 다로 전 총리 등 일본 지도자들을 만나고 강제징용 관련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기에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안에 대해 피해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토론회에서도 일부 피해자 측 관계자들은 정부의 구상에 대해 "사후적으로 일본 측이 (배상금 재원 마련을 위한) 기금을 출연하겠다는 걸 합의문 없이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느냐"며 반대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만남을 갖게 된다면 과거사 문제 해결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양 정상의 만남은 아직 불투명하다. 다보스 포럼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만날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참석하는지 여부를 잘 알지 못한다. 다보스포럼에서 정상들이 별도 회담을 하는 것이 쉬운 구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5월 히로시마에서 개최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을 초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이 결정된다면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yjr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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