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보다 경기침체가 문제"…기업 신용등급 하방 압력 커진다

김현정 2023. 1.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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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3년물·10년물 금리 스프레드 /그래픽=정기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내 신용평가업계는 거시환경의 불확실성 심화로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그동안 통화긴축이 글로벌 경제에 파급력이 큰 테일리스크였다면, 현재는 경기침체가 압도적 리스크로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2023년 기업 신용도, 부정적 전망 우위

13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긍정적 등급 전망이 부여된 기업 수는 28개, 부정적 등급 전망 및 하향 워치(하향검토대상)가 부여된 기업 수는 40개로 부정적 전망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를 투자와 투기등급으로 구분해보면, 투기등급에서 부정적 전망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상황이고, 투자등급은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이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경화 나이스신평 연구원은 "국내 주요 금융 및 비금융업종의 올해 산업환경은 지난해 대비 상당 수준 저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8개 금융업종 중 6개, 29개 비금융업종 중 10개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실적이 지난해 대비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적 저하가 신용도의 조정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 금리 인상 및 유동성 위험, 부동산 경기 하강 및 PF 부실화 가능성, 인플레이션과 고환율 등 기업을 둘러싼 위험 요인이 어느 때보다 예측 불가하고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현 상황에서 기업의 신용도가 부정적인 방향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부동산 PF의 연착륙 여부가 가장 중요한 모니터링 요인으로 위험도가 높은 브릿지론을 많이 취급하고 있는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업종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하강 본격화" 회사채 부도율 증가 전망

신평사들은 6개월 전만 해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연이은 통화긴축 충격이 가장 큰 테일리스크 또는 경제 부담 요인이었지만 현재는 경기침체 위험이 압도적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의 점진적 완화와 더불어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상의 중단이 예상되지만 이 과정에서 글로벌 경기의 가시적 둔화 또는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채권평가업계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스프레드는 이달 11일 마이너스(-) 4.5bp(1bp=0.01%p)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18bp까지 확대됐던 스프레드는 연말 연초 플러스로 잠시 전환됐으나 4일 다시 역전됐다.

최형욱 한신평 연구원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서 중앙은행들의 정책금리 인상이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의 영향으로 다수의 경제지표에서 글로벌 경기위축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적인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와 회사채 부도율 증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특히 미국의 서비스산업 내 타이트한 고용시장과 이에 따른 임금상승 지속으로 현재까지도 근원물가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정책금리는 올해 상반기에도 추가 인상되고, 이후에도 대략 연말까지는 변화 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경고는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경착륙'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최 연구원은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이 에너지위기 등으로 경기침체에 들어가더라도, 특히 미국은 강도높은 금융긴축에도 불구하고 △기저에 강한 고용시장 △ 가계의 자산과 축적된 부 등이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보다는 민간소비가 견조하거나 높은 회복탄력성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짧은 경기둔화가 끝나고 2024년부터는 글로벌 성장률이 회복세에 들것으로 대부분 전망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렇게 빠른 회복을 예상하는 것은 2022년에 시작된 경기둔화가 아직까지는 심각한 시스템리스크, 또는 체계적인 위험을 동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거시변수들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이 전망치들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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