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고금리에 못 살겠다'…인수금융 없는 M&A 속도 낸다

김성훈 2023. 1. 13.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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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 '인수금융 없는 딜 메이킹' 한창
고금리 이자부담 덜자는 움직임 속도
투자처 줄지만 리스크 헷지가 더 중요
'밸류 급락한 지금이 적기다' 평가 속
여유자금 없으면 시도도 못해 한숨도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인수금융 없이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

수천억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수익률만 제시한 뒤 투자금을 모으는 펀드)를 보유한 A사모펀드 운용사는 최근 인수금융을 사용하지 않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자사 펀드가 일정 금액을 부담하고, 인수금융으로 나머지 금액을 충당하던 기존 방식 대신 자체 펀드로만 인수하는 구조 검토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인수금융 없이 인수한 이후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돌려보고 있다.

이 운용사 관계자는 “금리가 크게 뛴 상황에서 최대한 리스크를 덜어내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중에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금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조정된다면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 등의 방법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고금리에 ‘인수금융 없는 M&A’ 논의

인수금융 고금리 여파에 PEF 운용사들이 인수금융 없는 ‘딜 메이킹’에 한창이다. 최고 10%대에 육박한 인수금융 이자 부담을 덜자는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이다. 최근 M&A 시장 침체로 매물 가격이 크게 빠지자 ‘한번 시도해볼 만 하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일정규모 펀드를 꾸린 운용사만 노려볼 수 있는 전략이다 보니 자금 여유가 없는 운용사들은 ‘그림의 떡’이라는 말도 나온다.

PEF 운용사들은 M&A나 투자에 나설 때 자사 펀드를 활용하는 동시에 인수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이유는 크게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일단 자사 펀드가 보유하는 포트폴리오(투자처)를 늘리려는 취지다.

예컨대 5000억원짜리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운용사가 5000억원짜리 기업 한 곳을 인수하는 것보다 자금을 쪼개 여러 기업에 투자하고 나머지를 인수금융으로 메우는 것이 수익률 유지에 유리하다. 인수금융이 더해진 전체 AUM(자산운용규모)이 더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규모의 경제’까지 구축할 수 있다.

인수금융 유치 단계에서 맺는 운용사와 금융사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PEF 운용사는 자금을 빌릴 우군을 확보할 수 있고, 금융사 입장에서는 거액의 이자 수익을 내줄 고객을 늘린다는 점에서 양쪽 다 남는 장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금리 급등 여파로 이전과 같은 인수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자본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연 4% 수준이던 인수금융 조달 금리는 이달 현재 9~10%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내부수익률(IRR) 10%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인수금융 금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적게 담아도 이자 줄이는 게 났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PEF 운용사를 중심으로 인수금융을 섞지 않는 투자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자사 펀드가 담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줄어들 수 있지만, 고금리 리스크를 덜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기존 M&A 시장 패러다임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목소리도 있다. 과거에는 각 운용사가 인수나 투자를 원하는 매물인지 따진 뒤 자금 마련 가능성을 타진했다면, 최근에는 운용사별 자금 가용 규모를 들여다보고 소화 가능한 투자처를 찾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논의가 불붙은 데는 M&A 시장에 나온 매물들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크게 빠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시장 침체로 기업가치가 크게 빠진 상황을 잘 이용한다면 대출 없는 인수를 노려봄직 하다는 게 핵심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M&A나 투자 때 PEF 운용사들이 인수금융을 당연히 반영해 인수 구조를 짜 왔던 것이 사실이다”며 “최근에는 이전처럼 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대출 없는 M&A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런 논의도 결국 드라이파우더(펀드 내 미소진 금액)가 어느 정도 받쳐주거나 펀딩을 넉넉히 받은 곳만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중소형·독립계 PEF 운용사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 독립계 PEF 운용사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있다면 다양한 전략 활용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자금이 넉넉지 못한 곳은 그렇기 않다”며 “금리 추이가 안정세에 접어들 때까지는 투자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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