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지구온난화 예측한 미 석유화학 기업…규제 우려에 보고서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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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석유화학기업 엑손모빌이 기후변화를 예측한 보고서와 논문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최근까지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와 연관성이 낮다고 주장해 온 것과 달리, 이미 1970년대부터 지구온난화를 예측하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엑손모빌 연구원들은 내부 보고서를 통해 "2000년에 들어서면서 지구온난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사람들이 체감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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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석유화학 기업 엑손모빌 내부 보고서 기후 예측 정확도 높아
임원은 보고서 숨기고, 기후 변화 영향 축소 발표
미국 석유화학기업 엑손모빌이 기후변화를 예측한 보고서와 논문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최근까지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와 연관성이 낮다고 주장해 온 것과 달리, 이미 1970년대부터 지구온난화를 예측하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국 하버드대와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1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엑손모빌이 과거에 발표한 기후 예측 보고서와 논문을 분석한 결과, 최근까지 실제 기후 변화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정확한 예측이 담겨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공동 연구진은 엑손모빌의 연구원들이 1977년부터 2014년까지 작성한 기후변화 관련 내부 보고서 32건과 논문 72건을 모두 분석했다. 대부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에 따른 지구 기온의 변화를 예상한 내용이었다.
1970년대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막 시작된 때지만, 엑손모빌 연구원들은 지구온난화를 정확히 예측했다. 보고서와 논문에 쓰인 12개의 그래프를 분석한 결과, 실제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온 변화와 차이가 없었다.
지구온난화 속도도 정확하게 예측했다. 엑손모빌 연구원들은 평균적으로 10년당 지구 기온이 섭씨 0.2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 1912년 이후 지구 기온도 같은 속도로 올랐다. 현재 지구온난화 상황과 보고서의 일치도가 63~83% 정도에 달했다.
엑손모빌 연구원들은 내부 보고서를 통해 “2000년에 들어서면서 지구온난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사람들이 체감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이상 기후는 크게 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국의 열대야는 2000년대 연평균 10일에서 2010년대 15일로 50% 늘었다. 태풍, 대형산불, 가뭄 등 기상이변도 2000년 이후 크게 늘고 있다.
엑손 모빌은 약 30년 동안 보고서와 논문을 더해 총 100건에 달하는 기후 변화 예측을 내놓았지만,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엑손 모빌의 연구원들이 이 내용을 회사의 임원에게 보고서를 공유했지만, 임원들이 수익성 악화와 규제 강화를 우려해 이를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구온난화가 과학적인 신빙성이 없으며, 이산화탄소로 지구 기온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엑손모빌의 전신인 모빌의 대표였던 레이몬드 리는 1997년 성명을 통해 “1970년대 지구온난화를 주장하던 사람들 중 일부는 지금 빙하기가 온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지구온난화가 실제로 일어나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엑손 모빌의 임원이 내부 보고서의 내용을 숨겨왔다는 사실은 지난 2015년에 들어서야 밝혀졌다.
제프리 수프란 미국 하버드대 과학사학과 연구원은 “과거 석유화학 업계는 당시 과학자들보다 지구온난화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며 “아마 우리가 이 사실을 더 일찍 알고, 대비했다면 지금 일어나는 이상 기후는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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