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가 ‘채용 청탁 사절’ 보도자료 낸 현대차, 어쩌다 이 지경까지
10년 만에 생산직 근로자 700명을 신규 채용하는 현대자동차의 노조가 “(노조에 대한) 채용 청탁, 압력, 강요, 금품, 향응은 있을 수 없다. 비리 연루자는 일벌백계할 것”이라는 이례적 보도자료를 냈다. 회사가 아닌 노조가 ‘청탁 사절’을 공개 선언한 것은 희한한 일이다. 노조의 발표는 “노조 누구한테 말하면 된다더라” “이미 내정된 사람도 있다더라”는 등의 소문이 퍼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 노조가 인력 채용에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권력화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2005년 현대차 노조 간부가 취업 희망자 12명으로부터 4억여 원을 받는 등 노조 관계자 8명이 부정 채용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됐다. 현대차 사측이 입사 지원서에 노조 간부가 추천인으로 적혀 있으면 ‘우선 면접’ 대상자로 분류하는 특혜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노조 간부들은 부모, 전처 명의 계좌로 뒷돈을 받고 이 돈으로 주식·부동산 투자와 골프를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시기 기아차에서도 노조 간부 10명이 생산직 근로자 채용 과정에 120명에게서 뒷돈 24억원을 받은 것이 드러나 구속됐다. 노조 요구를 적당히 들어주며 특혜를 준 회사 측의 태도가 비리를 키웠다.
이 외에 2013년 신한은행 부정채용 연루자 중엔 국민연금 노조위원장 자녀가 포함돼 있었다. 2018년엔 동해항운 노조 위원장 등 간부 2명이 54명을 부정채용한 혐의로 구속됐고, 최근엔 한국노총 고위 간부가 아들과 지인 12명을 한국노총 직원으로 부정채용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정부가 고용세습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한 사업장 60곳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고 대부분이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기아차 노조는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회사측의 오랜 노조 영합적 자세가 이런 막무가내를 낳았다. 대기업 경영진도 원칙 없는 타협으로 노조의 권력화를 방조한 경영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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