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그 모든 한계에도 나는 언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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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양극화가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2023 신년 특집 조선일보 조사에서 국민 5명 중 2명이 “정치 성향이 다르면 밥도 먹기 싫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층 70%가 청담동 술자리 거짓말을 사실로 믿는다는 결과 앞에선 할 말을 잊는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정치 양극화의 주인(主因)은 두말할 나위 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 장악에만 몰두하는 제1당과 제2당의 극단적 권력투쟁(박상훈 외, 2020)이다.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선거 제도 개혁이 그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그 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일 수밖에 없다. 선거구제 개편을 둘러싼 의견은 한 정당에서도 갈리고 있다. 힘들게 정치적 합의에 도달해 중대선거구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이를 우회하는 편법이 기승을 부릴 것이다.
우리 정치를 비하하고자 함이 아니라 정치가 원래 그런 것이다. 다산 정약용도 주목한 바 있는 일본 에도 막부 시대의 사상가 오규 소라이는 “정치는 윤리나 도덕이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이런 정치의 본질을 정확히 간파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 양극화가 국민의 일상 삶까지 침투한 아찔한 상황을 타개할 대안은 무엇인가. 그 답은 결국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역할일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이 권력을 자유롭게 감시하고 비판하는 권능을 부여받는 것은 언론이 숭고하고 완벽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다. 언론 보도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쳐 쓴 학술 논문과 달리 본질적으로 불완전하고 정제되지 않은 대중적 소통이다. 이 난장 같은 소통 행위가 치열한 경쟁을 통해 깊고 정확한 “팩트”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권력 심층의 내밀한 일들을 사회에 알리고, 여론을 형성하며, 민주주의의 발전을 견인한다. “언론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언론” 중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하겠다는 토머스 제퍼슨의 말은 이처럼 무질서한 언론이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위업을 강조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에서 이 같은 언론의 본질과 역할은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을 넘어 “언론이 아직도 필요한가”라는 냉소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민영·이상원, 2022). 지난 정부의 집권 여당은 이런 부정적 인식을 근거로 언론 징벌 법제화를 시도했다. 설상가상, 요 며칠 대장동 일당이 친분 있는 언론인들에게 거액을 건넨 사실이 밝혀졌다.
너무도 아프고 참담한 심정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언론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이 소중한 사회적 가치재를 포기하는 것은 정녕 모든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다. 진영으로 갈라져 야비한 적대적 공격을 일삼고, 잊힐 만하면 비윤리적 추문에 휘말리지만, 이들이 민주주의의 버팀목이다. 언론이 진전되는 만큼 우리 사회와 정치는 분열을 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2021년 가을 연구 학기를 그 현장에서 보냈다. 힘들지만 보람된 기간이었다. 당시의 한 에피소드다. 2021년 11월 16일 저녁, 그 전날의 미중 정상회담 기사 제목을 둘러싸고 편집 회의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국제부장은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라는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처음이란 사실에 주목하며 ‘바이든, 시진핑에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라는 가판 제목 고수를 주장했다. 중국 특파원을 지낸 편집부국장은 그 발언의 맥락을 짚는 제목을 뽑아야 한다며 이에 강하게 맞섰다.
지하철 막차 시간이 다 되도록 논쟁은 끝날 줄 몰랐다. 다음 날 아침, 집에 배달된 신문은 필자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바이든, 하나의 중국 지지… 대만은 현상 유지’. 편집국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1면 톱기사 제목, 감동입니다.” 짧게 답신이 왔다. “네^^.”
오늘도 편집국에서 몸을 갈고 있을 이 멋쩍은 이들로 인해 우리는 미중 양대 패권, 정치권력, 대기업들에 대한 최선의 팩트에 접근한다. 그 힘겨운 노력을 응원한다. 필자가 ‘SNU 팩트체크’라는 사실 검증 지원 플랫폼을 만든 이유다. 일부 참여 언론의 팩트체크가 한편으로 기울고 이를 빌미 삼은 정치적 공격도 이어지고 있지만 이 과업은 지속될 것이다. AI 시대에 부응하는 우수한 언론 인력의 산실이 될 교육과정도 설립해보려 한다.
끝으로 새해 덕담 한마디. 연말에 해맞이 여행을 다녀왔다. 힘든 운전에 호텔 요금은 바가지고 잠자리는 끔찍했다. 음식도 형편없었다. 날까지 흐려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붉은 해가 떠올랐다. 평생 가장 아름다운 일출이었다.
현실이 각박할수록 노력의 결실은 빛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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