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우리 세대가 제일 불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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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을 앞둔 아들이 며칠 전 “취업 잘될 때 사회에 나간 아빠는 운 좋은 세대”라고 했다. 팔순 넘긴 아버지에게 ‘너희가 부럽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너희는 밥은 굶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들은 취업을, 아버지는 가난을 기준으로 그들 사이에 낀 50대를 평가했다. 50대도 할 말은 있다. 베이비붐 끝자락인 50대는 사람에 치여 사는 게 힘들었다. 2부제, 3부제 수업을 들었고 일부는 100명 넘는 콩나물 교실을 경험했다. 끔찍한 입시 경쟁도 치렀다. 대학 시절 거의 매일 화염병과 최루탄 속에서 지냈다.
▶통일과나눔재단이 서울대와 함께 2030 청년에게 ‘시대를 가장 잘못 타고난 불운한 세대’가 누구냐 물었더니 67%가 자기 세대를 꼽았다고 한다. ‘누가 시대를 가장 잘 타고 태어났냐’는 질문엔 50대라 했다. 50대는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1980년대 3저(저유가·저물가·저환율)와 12% 넘는 경이적 성장률을 맛봤다. 지난 10년, 9%대 청년 실업률로 고통받은 2030 눈엔 운수 대통 세대일 수밖에 없다.
▶2030은 ‘우리는 해방 후 부모보다 못살게 된 첫 번째 세대’라고 한다. 어느 조사에선 ‘부모보다 잘살 수 있다’는 대답이 11%에 불과했다. 경제성장률 하락, 좁은 취업문, 천정부지로 오른 부동산, 부모 세대에 유리하게 설계된 연금 등을 이유로 꼽는다.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몇 해 전 폴란드 출장 가서 읽은 현지 신문 1면 톱 제목이 ‘폴란드 젊은이, 잃어버린 세대’였다. 미국 사정도 비슷하다.
▶심리학에서는 “모든 세대가 기본적으로 세대 이기주의 성향을 보이고 자기 세대가 고생을 가장 많이 했다고 느낀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으로 타인과 다른 세대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아내도 ‘50대 여성 불행론’을 편다. “시부모 용돈 드리고 제사도 지내지만 훗날 자식과 며느리에겐 같은 걸 기대할 수 없는 세대”라는 것이다.
▶'센세대, 낀세대, 신세대’라는 책에 따르면 모든 세대는 각자 나름의 서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 세대가 제일 불행하다’는 인식의 감옥에서 빠져나오려면 서로의 서사에 귀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한 대학생은 2030이 불행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나 자신도 더 많은 것을 영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없다.’ 의지가 약하다고 할 일이 아니다. 희망을 꿈꾸고 싶어하는 그들을 어른 세대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려면 귀부터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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