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운지] 22세땐 득점왕, 33세엔 서브까지 킹

용인/박강현 기자 2023. 1. 1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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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배구 득점·서브 1위, OK금융 레오
/박상훈 기자

“타고난 재능으로 여기까지 왔다. 올 시즌엔 서브까지 되니 또 다른 기록을 (한국 배구 역사에)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 프로배구 남자부 데뷔 11년째를 맞이한 OK금융그룹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33·쿠바·등록명 레오)는 솔직했다. ‘천재형과 노력형 선수 중 어느 것에 더 가깝냐’는 질문에 그는 5초가량 고민하더니 거침없이 타고났다고 인정했다. “열심히 해서 재능을 얻진 않았다. 어렸을 때는 게으르기도 했다”며 웃었다.

10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당당한 체격과 엄청난 높이로 변함없이 괴력을 과시하며 국내 배구 코트를 호령하는 레오를 10일 용인에서 만났다.

프로배구 남자부 OK금융그룹의 레오가 10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OK금융그룹 체육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매서운 서브로 리그를 폭격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한국은 사실상 내 친정”

레오는 11년 전 22세 때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삼성화재 소속으로 당시 신치용 감독의 체계적인 지도와 애정 아래 천부적인 재능을 꽃피웠다. 2012-2013시즌 개막전 때 51득점을 퍼부으며 예사롭지 않은 출발을 하더니 세 시즌 연속 득점 1위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3연속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남자 선수는 아직 레오밖에 없다. 쿠바에서 선수로 뛰며 월급 10달러를 받던 그가 이룩한 ‘코리안 드림’은 이때 큰 화제가 됐다.

이후 잠시 한국을 떠나 다른 리그를 ‘폭격’하고 왔다. 2017년부터 중국 리그에서 4년 뛰며 우승은 못 했지만, 쓰촨 청두 소속으로 정규리그 MVP를 두 번 받았다. 2020-2021시즌엔 UAE(아랍에미리트) 리그 우승을 맛봤다.

그리곤 2021-2022시즌을 앞두고 OK금융그룹 유니폼을 입으며 ‘킹 레오’라는 애칭과 함께 돌아왔다. 레오는 “한국에서 사실상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른 리그를 경험해본 결과 한국의 팬들과 운영 시스템이 가장 좋았다. 감정적으로도 애착이 가던 이곳에서 또 뛰고 싶었다”고 복귀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30대에 접어들고 100㎏ 이상으로 불어난 몸무게 때문에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레오는 지난 시즌 득점 3위(870점)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다만 팀은 5위에 머무르며 4위까지 주어지는 포스트시즌 진출엔 실패했다.

◇매서운 서브까지 장착한 전천후 선수로 변신

지난 시즌 재적응기를 거친 레오는 12일 현재 올 시즌 득점 1위(535점)를 질주한다. 그는 그외에도 서브 부문에서 1위를 달린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체중을 95㎏까지 빼고 매일 100개 넘는 서브를 꽂아넣으며 연습했다. 특히 엔드라인을 밟지 않고 점프할 때도 앞으로 쏠리기보단 수직으로 뜨며 마치 스파이크를 때리듯 서브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연마했다. 재능에 노력까지 더해지니 위력적이었다.

레오는 올 시즌 서브에이스(서브로 직접 득점하는 것)가 벌써 75개로 2위인 아흐메드 이크바이리(40개)보다 거의 배 더 많다. 지난 8일 삼성화재전에선 서브에이스 9개로 개인 한 경기 최다 서브 득점 기록을 세웠다. 서브에이스가 많으니 세트당 서브에이스 수도 0.974개(77개 세트 중 75개)로 2위 허수봉(0.529개)에 비해 압도적이다. 레오는 독일 출신 괴르기 그로저가 2015-2016시즌 삼성화재 소속으로 세운 역대 서브 기록(세트당 0.829개) 경신까지 넘본다. 그는 “올 시즌 기록 중 서브 부문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했다.

프로배구 남자부 OK금융그룹의 레오는 중요한 순간에 서브에이스를 꽂아 넣으면 자신의 팔을 가리키며 포효하는 이른바 '레오 세리머니'를 한다. 처음엔 "내 몸에 쿠바의 피가 흐른다"라는 뜻을 가졌지만, 이젠 "승리를 향한 나만의 시간이 왔다. 나를 보라"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박상훈 기자

강력한 서브 덕분에 레오는 지난해 12월 한국배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는 작년 12월 2일 삼성화재전부터 16일 KB손해보험전까지 4경기 연속 트리플크라운(블로킹·서브·후위 각 3득점 이상)을 달성했다. 배구선수가 구사할 수 있는 공격은 다 완벽하게 해낸 것이다. 프로배구 19년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레오는 “작년에 맛본 가장 뜻깊은 성과였다”며 “스승(Señor)인 신 전 감독까지 내게 전화로 축하해줬다”고 했다. 10여 년 전 같이 삼성화재 동료로도 뛰었던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도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그를 지탱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4일 입국한 어머니 이네스다. 레오는 “어머니는 내 삶의 전부”라며 “쿠바 아이면 다 그렇듯이 원래 야구를 했지만, 아홉 살 때 배구에 입문한 것도 어머니 덕분이다”라고 했다. 레오의 활약에 힘입어 리그 3위(승점 33·11승9패)인 OK금융그룹은 13일 5위 한국전력을 상대로 2연승을 노린다.

서브까지 장착한 ‘쿠바산 폭격기’ 레오

―아포짓 스파이커

―키 206cm, 몸무게 95kg

―수직 점프 73cm

―2012-2013, 2013-2014, 2014-2015시즌 삼성화재 소속으로 3연속 정규리그 MVP

―2021-2022시즌 앞두고 OK금융그룹 소속으로 6년만에 국내 복귀

―득점 1위(535점)·서브 1위(세트당 0.974개)서브에이스 1위(75개)

―올 시즌 프로배구 19년 사상 첫 4경기 연속 트리플크라운(블로킹·서브·후위 각 3득점 이상) ※12일 현재

/용인=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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