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된 최측근 관련 유감표명도 거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둘러싼 비리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구속된 최측근 관련 사과 요청도 사실상 거부했다. 자신이 평소 주장해온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해서도 “상황에 따라 적용이 달라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 대표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 구속에 유감 표명을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법부의 판단은 검찰이 제시한 자료를 가지고 하는 것”이라며 “일단은 검찰이 녹취록이라는 분명한 근거를 놔두고 그에 상충되는 번복된 진술에 의존해서 의사를 결정하는 게 매우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두 측근이 법원의 판단에 의해 구속됐지만, 그 판단 자체가 검찰의 왜곡된 수사 자료에 근거했기 때문에 유감 표명을 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그동안 당에서 비명계를 중심으로 “측근 구속에 대해 최소한 유감 표명은 해야 한다”는 말이 많았지만, 이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방탄 국회’ 논란에 대해서도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그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평소 소신에 대해 “검찰이 적법하게 권한을 행사한다면 당연히 수용하겠지만 검찰복을 입고 강도 행각을 벌이고 있다면 과연 어떻게 판단할지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화 이후 검찰이 수사권·기소권을 이런 식으로 남용한 사례가 없었다”며 “지금은 검찰이 자체가 권력이 돼서 균형이나 합리성을 고려하지 않고 수사·기소권을 남용하는, 수사를 하는 게 아니라 정치를 하는 상황이라는 걸 고려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급적이면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검찰 리스크’라 말씀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신 최근 민주당이 주장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서는 “저에 관한 검찰의 정치적 공격은 없는 사실을 지어냈고, 이미 경찰이 수년간 수사했다가 아무 근거를 찾지 못해 무혐의로 종결했던 사건”이라며 “김 여사는 여러분이 아는 것처럼 명백한 증거들이 너무 많이 드러나지 않았나”라고 했다. 그는 최근 민주당에서 추진해 논란이 된 이 대표 사건 관련 검사들의 얼굴 공개에 대해 “판사들도 어떻게 판결했는지 판결문에 이름을 공개한다”며 “그런데 검사만 왜 자기들이 한 일을 공개하면 안 되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한 행위를 드러내는 것이 조리돌림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이 한 행위가 부당·부정한 행위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제대로 정당하게 했다면 자랑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지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일부 기자들이 추가로 대장동 사건 관련 질문을 했지만 답하지 않았다. 지지자들은 기자들에게 “대장동 몸통은 국민의힘인데 왜 이 대표에게 대장동 관련 사안을 물어보느냐”고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공허한 메아리’ ‘잔꾀’라고 혹평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지금 이재명 대표가 한가하게 신년 기자회견이나 할 처지냐”며 “자신의 비리에 대해 쏟아지고 있는 국민적 의혹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반복되는 ‘기본소득’과 ‘개헌’의 공허한 메아리 같았다”며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운명을 함께하겠다는 민주당의 ‘옥쇄 전략’ 포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검찰에서는 유구무언, 카메라 앞에서는 일장 연설”이라며 “사법 리스크 모면을 위한 잔꾀”라고 했다. 당 일각에서도 “개딸 등 열성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만 던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비명계 의원은 “본인 측근에 대한 도의적 책임 표명조차 안 하면서 어떻게 큰 담론을 제시하고 야당을 이끌겠나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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