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27→35%, 신재생 7→31%로 동시에 늘린다
정부가 2021년 35%던 청정에너지(원전+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30년 54%로 높이고, 2036년에는 60% 중반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정부가 추진했던 탈원전을 완전히 폐기해 원전 비율을 늘리는 것과 함께 신재생에너지도 확대해 균형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석탄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비율은 큰 폭으로 줄이기로 했다. 일부에선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에너지 위기 상황과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한계를 고려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평가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전력정책심의회를 열고 2036년까지 발전원별 발전량 비율과 설비 확충 목표 등을 담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을 확정해 발표했다. 2년마다 만드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앞으로 15년간 장기적인 전력수급 전망과 전력수요관리, 발전과 송·변전 설비계획을 담은 중·장기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회 상임위원회 보고와 같은 법적 절차를 거쳐 확정한 에너지 계획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전·신재생 늘리고, 화석연료 비율 낮춰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6년 전력원별 발전 비율은 원전(34.6%), 신재생(30.6%), 석탄(14.4%), LNG(9.3%) 순이다. 탈원전이 추진되던 때인 2021년과 비교하면 원전은 7.2%포인트 늘고, 신재생에너지는 23.1%포인트 크게 증가한 것이다. 2021년 발전 비율 1·2위였던 석탄과 LNG는 64%에서 20% 대로 떨어진다.
정부는 2022년부터 매년 전력 수요가 1.5% 증가해 2036년 최대 전력 수요가 118GW(기가와트)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맞춰 정부는 올해 신한울 2호기(1.4GW)를 시작으로 새울 3·4호기(옛 신고리 5·6호기), 신한울 3·4호기 등 원전 5기(7GW)를 완공해 전력 생산에 투입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가 건설을 취소했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에 속도를 내 올해 안에 부지 정지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가동 시점은 2032~2033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지난해 29.2GW에서 79.1GW 늘어난 108.3GW로 확대한다. LNG 발전의 경우 노후 석탄발전소를 LNG로 전환하고, 신규 발전소를 늘려 총 23.3GW 규모 발전 설비를 새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석탄발전소는 58기 중 28기를 폐쇄하기로 했다.
◇신한울 3호기 2032년, 신한울 4호기 2033년 가동
환경단체와 야당 등에서는 2021년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서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목표치(30.2%)에서 크게 물러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목표치’라는 진단이 나온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지난 정부 NDC 계획안과 비교해 훨씬 실현 가능한 목표”라며 “후퇴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조차도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과감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도 이날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21.6%) 목표를 맞추기 위해선 해마다 5.3GW씩 설비를 늘려야 한다”며 “지난 정부 연평균 신규 설비 보급량(3.5GW)을 크게 웃도는 도전적인 목표”라고 했다.
정부는 또 최근 문제가 커지는 송전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이미 계획한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에 속도를 내는 한편, ESS(에너지저장장치)와 같은 설비를 적용해 기존 송전망의 용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밀집한 호남권에서 전력 수요처인 수도권으로 직접 전기를 보내는 방안도 마련한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2050년 탄소 중립으로 가는 중간 단계로 무탄소 전력원인 원전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신재생은 단순히 목표치에 매몰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발전 단가를 낮추고 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2030년 기준 신재생 비율은 2030 NDC 계획안과 비교해 다소 줄지만 무탄소 전력원인 원전이 확대되면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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