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행복’은 옛말...곰탕·냉면 등 점심 1만5000원 시대
“한 그릇에 1만5000원이라니, 이젠 냉면도 자주 못 먹겠다….”
12일 낮 1시쯤 서울 무교동의 냉면집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직장인 서너 명이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 냉면집은 새해가 밝자마자 대표 메뉴인 물냉면 가격을 기존 1만4000원에서 1000원 올려 1만5000원을 받기 시작했다. 작년 초에도 1000원을 올렸는데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메밀·밀가루·달걀 같은 원재료 값과 가스비·인건비가 올랐다는 이유로 다시 가격을 올린 것이다.
비슷한 시각 60m가량 떨어진 한 유명 북엇국집. 이곳 입구엔 ‘북어 26%, 두부 44%, 달걀 49%, 기타 식자재 값 상승으로 가격을 올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본래 한 그릇 9000원에 팔던 북어 해장국을 올해부터 9500원에 팔기 시작했다. 직장인 임모(44)씨는 “이러다가 금세 북엇국 한 그릇도 1만원을 넘기게 될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시작됐지만 점심시간을 맞는 직장인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외식 물가의 파고(波高)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직장인들의 점심 한 끼 값이 1만5000원에 육박하는 시대를 맞고 있어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을 기준으로 볼 때 서울 시내 대표 외식 품목 8개의 평균 가격은 1년 전(2021년 12월)보다 11.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삼겹살 1인분(200g)의 평균 가격은 1만9031원으로 처음으로 1만9000원을 넘겼다. 그러나 직장인들이 매일 체감하는 가격 인상은 통계 수치보다 훨씬 가파르다.
◇칼국수·국밥조차 1만원 훌쩍 넘는다
1만원짜리 한 장 들고 서울 시내에서 직장인이 점심 먹을 수 있는 곳을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12일 서울 시청과 무교동 식당 밥집 15곳을 돌며 확인해보니 1만원 미만의 점심을 파는 곳은 모두 6곳이었다. 콩나물국밥(8000원·삼백집 북창점), 칼국수(9000원·강릉장칼), 선지국(9000원·부민옥) 같은 곳으로 대부분 1만원에 육박했다. 한 단계만 비싼 메뉴로 가도 1만3000원, 1만5000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계란말이(1만원), 된장찌개(5000원) 같은 반찬이나 찌개를 시켜 나눠만 먹어도 가격은 금세 더 올라갔다.
칼국수·순댓국·설렁탕 같은 한 그릇짜리 서민 음식이 아예 1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이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작년 2월 서울 명동의 유명 칼국숫집인 ‘명동교자’가 칼국수 가격을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린 것이 시발점이 됐다. 곰탕으로 유명한 서울 명동 하동관은 이제 기본 곰탕 한 그릇에 2000원을 올려 1만5000원을 받고 있다. 서울 서소문 고려삼계탕은 기본 삼계탕 한 그릇에 지난 6일부터 1000원을 올려 1만9000원에 판다. 신사동 강서면옥은 떡만둣국을 1만2000원 받던 것을 이제 1만5000원에 판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4000원 우동’으로 소문 났던 서울 중구 충무로 동경우동도 최근엔 4500원으로 올랐다.
◇도쿄·오사카보다 비싼 서울 식당
한국은 본래 장바구니 물가가 다른 나라보다 비싼 편인 반면, 식당 물가는 외국 대도시보다는 저렴한 편에 속하는 나라였다. 그러나 최근엔 국내 고물가 현상이 심화되고 일본 엔저(円低)가 지속되면서 일본 대도시인 도쿄·오사카의 식당 물가를 추월하는 수준이 됐다. 12일 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서울은 전 세계 540개 도시 중 식당 물가 지수(Restaurant Price Index by City)가 283위로 일본 도쿄(303)와 오사카(313)보다 높았다. 중간 가격대 식당에서 두 사람이 밥을 먹을 때 가격을 따져봤을 때는 서울에선 56.2달러(약 7만5000원)가 들었는데, 이는 독일 하노버(53.74달러), 스페인 마드리드(53.71달러), 이탈리아 나폴리(53.71달러)보다 더 많이 드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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