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 장학금인데, 60·70대도 받았다
정부가 다자녀 가구 대학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도입한 ‘다자녀 국가 장학금’ 지난해 수혜자 중 30대 이상 성인이 1만명 넘게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60~70대를 포함해 50대 이상도 2000명 넘게 받았다. 다자녀가 있는 가구에 혜택을 더 주자는 내용으로 사실상 저출산 대책과 맞닿아 있는데 “중‧장‧노년층에게까지 ‘다자녀 규정’을 적용하는 게 본래 취지와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자녀 국가 장학금은 2014년 도입 이후 지급 대상을 확대했다. 도입 첫해 ‘만 20세 이하 대학 신입생 중 셋째 이상 본인’에게만 줬는데, 점차 대상 학년도 늘고 다자녀 가구 셋째 이상뿐 아니라 첫째·둘째도 받게 했다. 나이 규정도 2017년 만 24세 이하, 2018년 만 29세 이하로 확대됐고, 2019년 2학기부터는 아예 나이 제한을 없앴다. 이에 따라 지금은 나이 상관 없이, 자녀가 셋 이상인 가구 자녀로, 결혼 경험 없는 미혼이라면 모두 다자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이혼했거나, 사별한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부모 생존 여부는 상관 없다. 단, 소득 상위 20%(소득 분위 9~10구간) 가구는 제외했다.
한국장학재단이 2022년 다자녀 국가 장학금을 받은 사람을 연령대별로 분석했더니 전체 수혜자 21만7358명 중 대부분(20만7106명·95.3%)이 20대 이하였다. 그런데 30대 5573명, 40대 2647명, 50대 1765명, 60대 250명, 70대 17명 등 30대 이상도 1만252명이나 됐다. 80대 이상은 없었다.
이렇게 나이 제한 없이 다자녀 장학금을 주는 데 대해선 논란이 많다. 아이를 여럿 키우는 부모들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자는 게 제도 목적인데, 40대를 넘어 70대까지 부모 그늘을 벗어났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까지 주는 게 과연 합당하냐는 것이다. 이 제도를 운영하는 장학재단은 국가 예산으로 운영하는 곳. 이 때문에 “사회적으로 독립한 성인, 심지어 고령자들에게 다자녀라는 이유로 대학 등록금을 대주는 건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면서 “30~40대는 재교육, 고령자는 만학도 등 다른 이유로 국가가 지원하든지 해야지 다자녀 장학금을 주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다자녀 장학금 제도가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부실 대학들이 고령자를 ‘유령 학생’으로 등록시켜 충원율을 높이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신입생 충원율이 낮으면 정부 지원금뿐 아니라 학생들이 국가장학금·등록금 대출도 못 받게 되고 ‘부실대’라는 낙인이 찍혀 대학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지표다. 애초 교육부가 2014년 박근혜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이 정책을 도입하면서 제도를 설계할 때 ‘만 20세 이하 대학 신입생’으로 나이 제한을 했던 것도 이런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교육부 담당자는 “2019년 나이 제한을 없앤 건 다자녀 장학금 대상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서 전체 다가구 가정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재단은 대학생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면 ‘다자녀 장학금’과 ‘국가장학금 1유형’ 중 본인에게 유리한 걸 지급한다. 형제자매 중 본인 서열이 셋째 이상이면 무조건 다자녀 장학금이 유리하다. 셋째 이상은 소득 8구간 이하라면 등록금을 전액 주기 때문이다. 국가장학금 1유형의 경우, 기초·차상위(자녀)는 연간 최대 700만원, 1구간은 520만원까지만 지급한다. 단, 작년부터 기초·차상위 가구의 둘째에겐 등록금을 전액 지급한다. 본인 서열이 첫째·둘째라면 대체로 소득이 높을수록 다자녀 장학금 혜택이 더 많다. 소득 1~3구간은 국가장학금 1유형과 다자녀 장학금 모두 연간 최대 520만원으로 혜택이 같다. 하지만 소득 4~8구간이라면 국가장학금 1유형으론 350만(7~8구간)~390만원(4~6구간)을 수령하는데 다자녀 장학금으론 45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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