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수렁’에 빠진 회사를 배터리 최신 기술로 부활
10일 경기도 화성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생산 라인에서는 직원 100여 명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서 나오는 제품은 동판에서 양·음극재를 레이저로 분리해내는 레이저 노칭(notching)과, 잘라낸 양·음극재를 분리막에 부착해 엇갈리게 쌓는 Z-스태킹(stacking) 등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 장비들이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이 장비들을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배터리·완성차 업체에 납품한다. 이종욱(53) 디에이테크놀로지 대표는 “지난해 매출이 400억원대까지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지만 올해는 이미 확정된 수주액만 1000억원이 넘어섰다”며 웃었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2000년 설립 이후 LG·애플 스마트폰용 배터리 생산 설비를 개발하며 성장했다. 2009년엔 당시 LG화학 배터리사업부(현 LG에너지솔루션)를 포함한 국내 업체들이 사용하던 고가의 일본산 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구본무 당시 LG그룹 회장이 디에이테크놀로지를 두 차례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2014년엔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하지만 2018년 7월 자동차 부품 업체 에스모가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당시 에스모의 뒤에는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매수한 뒤 인위적으로 시세를 띄워 차익을 노린 사모펀드 라임자산운용이 있었다. 에스모의 경영 참여 당시 1만6000원대였던 디에이테크놀로지 주가는 2019년 10월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검찰 수사를 겪으며 반 토막이 났다. 하필 시장 수요마저 자동차용 대형 배터리로 급격히 옮겨가면서 스마트폰용 배터리에 강점이 있던 디에이테크놀로지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라임 펀드 논란이 커지면서 주 거래처였던 LG에너지솔루션도 발주를 중단했다. 2019년 1088억원이었던 매출이 2020년 568억원, 2021년에는 454억원까지 추락했다.
에스모의 경영 참여 과정에서 영입된 전문경영인이었던 이 대표로선 청천벽력이었다. 하지만 그는 회사에서 손을 떼는 대신 회사 회생에 나섰다. 그간 쌓아온 기술력을 내세워 에스모가 발행한 회사채 6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해 부채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연구개발 투자도 늘렸다. 100억원을 들여 자동차용 대형 배터리 생산용 레이저 노칭 장비 등 주요 제품을 본격 개발하기 시작했다. 레이저 노칭은 기존 노칭 장비에 비해 속도가 빠르고 유지·보수 부담도 적다.
때마침 전기차 배터리용 2차 전지 수요가 급격하게 늘면서 디에이테크놀로지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인도네시아 합작법인으로부터 Z-스태킹 장비 계약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고 다른 완성차·배터리 업체와도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덕분에 올해는 1200억원대 매출과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디에이테크놀로지는 20년간 배터리 장비 노하우를 축적해온 국내 2차 전지 장비 업체의 터줏대감”이라며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이 신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해외시장에 계속 도전해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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