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국민은 두 번 속지 않는다

김광일 논설위원 2023. 1.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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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달아오르고 있다. 공직선거법 21조는 선거구 숫자를 253으로 못 박고, 한 곳에서 국회의원을 1명만 뽑도록 하고 있다. 이 부분을 고쳐서 2명 이상 뽑자는 것이다. 대통령이 말을 꺼냈고, 국회가 작업에 들어갔다.

승자 독식 소선거구제는 다양한 소수 의견을 묵살하고 미니 정당의 의회 진출을 봉쇄했다는 것이다. 비대한 양당 체제가 굳어진 원인, 우리 사회가 원심분리기에 들어간 듯 좌우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았다.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달아오르고 있다/조선일보DB

정말 그럴까. 사람 잘못이 아니고 시스템 탓일까. 한 곳에서 2명 이상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해도 지역 분열이 심화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분석도 있다. 조선닷컴, 조선일보 유튜브 등에 올린 수많는 댓글을 보면 독자들은 선거구제 개편보다는 현재 300명으로 돼 있는 국회의원 정원을 대폭 줄이라는 요구가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 헌법 41조는 국회의원 정원을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그 선까지 줄이라는 것이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독자들 의견이 다소 감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솔직한 심정이요 가식 없는 반응이기도 하다. 그것이 여론이고 민심일 것이다. 그만큼 여의도 정치 문화에 크게 실망하고 있기에 할 수만 있다면 정치권이 만들어 놓은 ‘양극 프레임’을 최대한 짜부라뜨려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이 민심은 한발 더 나아가 ‘국회 해산’을 주장하는 목소리로 고양되기도 한다. 국회는 우리나라의 총체적 생산성과 국격에 보탬이 되기는커녕 늘 깎아먹는 쪽으로 작동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과 선거법에는 정당 해산 조항은 있으나 국회 해산 조항은 없다. 그런데도 막무가내 심정으로 국회 해산을 외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프랑스와 많이 비슷했다. 프랑스 헌법 제12조 제1항은 ‘프랑스 대통령은 총리 및 양원의 의장과 협의한 후 하원 해산을 선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1997년, 시라크 우파 대통령이 경제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정치 위기를 극복할 목적으로 하원을 해산한 적이 있다.

우리도 1987년까지 비슷한 헌법 조항이 있었다. 제5공화국 헌법 제57조는 ‘대통령은 국가의 안정 또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할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국회의장의 자문 및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친 후 그 사유를 명시하여 국회를 해산할 수 있다. 다만, 국회가 구성된 후 1년 이내에는 해산할 수 없다’고 돼 있었다. 상황은 많이 달랐지만 우리도 세 차례 국회 해산이 있었다.

지금 우리 양극화는 1945~1948년 ‘해방 공간’ 저리 가라다. 그때는 정말 생사가 걸린 극단적 이념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그것은 회피할 수 없고 극복해야만 했던 과정이다. 공산주의냐 자유민주주의냐, 자손만대의 명운을 결정하는 엄혹한 선택이었다. 지금도 선거 때면 그 비슷한 갈림길에 선다는 심정의 독자도 있을 것이다.

2020년 총선 이후 우리는 중요 선거를 세 번 치렀다. 2021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2022년 대통령 선거, 전국 지방선거다. 세 선거 모두 우파가 이겼다. 두 번은 압도적 승리였다. 이것보다 확실한 국민적 의사 표시는 없다. 좌파는 국가 운영에서 손을 떼라는 명령이다.

우리는 선거법을 개정하고 치른 2020년 4·15 총선에서 철저하게 속았다. 정치부 기자들도 헷갈렸던 ‘준연동 방식의 정당별 비례대표 할당’으로 혼을 빼놓더니 총선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을 크게 어긋나게 만드는 꼼수 위성 정당을 낳았던 것이다. 국민은 지금의 선거구제 개편 논의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국회의원 정원이 줄기는커녕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원을 360명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이 벌써 발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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