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대통령도 처벌된 ‘제3자 뇌물’

윤주헌 기자 2023. 1.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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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3자 뇌물죄’를 두고 여러 말이 나온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받는 혐의인데 일반인들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죄명이다. 이 사건에서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죄’와 관련한 궁금증은 크게 두 가지다. 성남FC가 받은 후원금을 이 대표가 직접 쓴 것도 아니고 구단 운영비로 썼다는데 왜 죄가 되느냐, 설령 문제가 된다 해도 제1 야당 대표 구속을 검토할 만큼 무거운 죄냐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밤 경기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제1야당 현직 대표가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뉴스1

형법에서 ‘단순 뇌물’과 ‘제3자 뇌물’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부정한 청탁’의 유무다. ‘단순 뇌물’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검은돈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만 해도 처벌한다는 점에서 사건의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다. ‘제3자 뇌물’은 당사자가 직접 돈을 받지 않아도 처벌한다는 점에서 조금 더 까다로운 증명을 요구한다. 바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처벌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넘기 어려운 한 가지 허들을 둔 것이다. 검찰은 성남FC 사건에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표가 기업의 현안을 해결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들어주고 제3자인 성남FC에 후원금을 내게 했다고 보고 있다.

후원금을 받아 어디에 사용했는지가 아니라 기업 현안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성남시가 원하는 곳에 후원금을 내도록 한 것인지가 문제다. 설령 성남FC가 후원금을 받아 사회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썼다고 해도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면 처벌된다. 이 대표가 법적으로 무죄를 주장하려면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후원금을 받은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해명해야 한다. “시민을 위해 쓴 게 무엇이 문제냐”고 항변할 것은 아니다.

검찰은 성남FC가 기업들로부터 최소 120억원의 불법 후원금을 받았다고 파악하고 있다. 특가법상 뇌물죄는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 선고가 가능한 중범죄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현직 대통령 때 롯데그룹 면세점 사업 선정을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하게 했다가 제3자 뇌물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거대 야당 대표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 대표가 10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가 조사 받을 준비가 덜 된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기업의 현안을 들어준 것과 후원금을 받은 것의 연관성을 잘라내야 하는데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검찰 출석 전후 지지자들에게 했던 말도 정치적 구호에 그쳤다. 실제 범죄가 있었는지는 법정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성남시가 기업들에게 준 혜택과 성남FC 후원금 사이의 연관성을 밝히는 것은 검찰 몫이다. 이 대표도 정치 공세를 벌이거나 측근에게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사실 관계를 당당히 밝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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