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34] 100억을 횡령한 노조 직원
2020년 1월 일본 경시청은 스미토모중기계 노동조합연합회의 회계 담당 직원이었던 60세 여성 다무라 준코(田村純子)를 긴급 체포한다. 체포 후 2주 만에 도쿄지검이 전격 기소를 결정한 그녀의 혐의는 10년에 걸쳐 조합비 10억엔을 횡령하였다는 것. 횡령 규모도 역대급이지만, 다무라의 죄질이 특별히 나빴던 것은 그녀가 손을 댄 돈이 7000여 명의 조합원이 의무적으로 가입한 연금 적립금이었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노후 자금이 연기처럼 사라진 조합원들은 망연자실했고, 일본 사회는 거액의 노조 횡령 스캔들에 술렁거렸다.
거액을 가로챈 다무라는 그 돈으로 수억원을 호가하는 말 6마리와 고급 SUV를 구입하는 등 귀족 같은 생활을 즐겼다. 2년마다 갱신되는 집행부는 그녀의 범죄 행각을 10년 동안 눈치 채지 못했다. 거액을 다루는 조직의 형식적인 회계 처리 관행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고, 뒤가 구린 지출을 척척 처리해주는 다무라와 집행부가 일종의 공생 관계였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일본에서는 이 사건 외에도 노조 회계를 둘러싼 불상사가 빈번하여 차제에 관리감독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노동조합법에 노조 회계 감사 및 조합원 공시 의무가 규정되어 있지만, 허술한 관리·감독 관행으로 회계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유사한 노조 회계 사고가 드물지 않다. 노조 간부가 횡령을 저지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나마 일본 노조법은 (회계) 자격 있는 자에 의한 결산 감사를 규정하고 있지만, 한국 노조법은 감사인의 자격 조항조차 두지 않아 제도적 허점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폐쇄적인 조직에는 부정의 유혹이 따르기 마련이다.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보다 깨끗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바람직하다는 명제에서 노동계가 예외가 될 이유는 없다. ‘숨기려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말은 대개 진실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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