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26] 불우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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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상황을 맞는다. 한자 세계에서는 대개 조우(遭遇)라고 적는 일이다. 아예 그런 상황에 닿은 때를 경우(境遇)라고 한다. 인생은 그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조우와 경우 등을 겪으면서 흘러가는 법이다.
중국은 그 흐름의 단어 용례가 참 많다. 서로 만나는 상우(相遇)와 제우(際遇), 한곳에 모이는 회우(會遇), 기이하게 마주치는 기우(奇遇)나 교우(巧遇) 등이 그렇다. 천 년[載]에 한 번 마주칠 좋은 기회를 일컫는 성어 천재일우(千載一遇)도 있다.
여기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글자 우(遇)는 의미가 조금 더 보태져서 마주치는 상황의 좋고 나쁨을 일컬을 때도 있다. 예우(禮遇)는 좋은 대접이다. 대우(待遇)와 처우(處遇)는 그런 대접의 수준 자체를 가리킨다.
불우(不遇)는 지닌 뜻과 재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를 지칭한다. 그 단어를 말해주는 고사(故事)가 있다. 말[馬]의 능력을 감별하는 데 천재였던 백락(伯樂)이 ‘불우’의 천리마(千里馬)와 마주치는 스토리다.
태항산(太行山)의 깊고 험한 산기슭에서 소금 운반 수레를 끌고 있던 천리마는 길을 지나던 백락과 마주친다. 백락은 천리마가 소금 수레를 끌고 있는 참담함, 명마는 그 점을 알아봐 준 백락의 고마움에 서로 울었다는 내용이다.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우리는 이 ‘불우’를 곧장 불운이나 불행, 또는 빈곤으로 풀기도 한다. ‘불우 이웃’ ‘불우 청소년’ 등으로 말이다. 그런 우리의 언어 관념으로 볼 때 코로나 방역 정책 전환으로 큰 혼란을 맞은 중국은 지금 ‘불우 이웃’일까.
사망자 급증에 시신을 처리할 화장장이 모자랄 정도라고 한다. 그 경우가 참 불우하다. 중국 당국은 인접 국가에 입국 규제 등 외교적으로 보복하기보다는 자국민의 이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더 골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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