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최저임금이 올라서 그렇다는 말
경기가 나빠지면 체감으로 먼저 느끼는 게 식당이다. 술 덜 마시고 비싼 밥 덜 먹는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겨우 벗어난다고 했을 때 식당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그런 고통의 시간이 얼추 끝나니 그다음에는 국제적인 불황이란다. 식당이 잘되고 말고는 워낙 복잡한 원인이 있다. 맛과 유행, 운, 요즘 같은 시대에는 리뷰가 상징하는 이른바 ‘온라인 마케팅’에 관한 여러 가지 변수들까지 얽혀 있다.
이런 와중에 인건비 문제도 화두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주휴수당이 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더 넓혀 들어보면 지난 정부에서 최저임금을 너무 올려서 그렇다고도 한다. 나는 그저 식당 동네 바닥에 있는 사람이라 주변의 온도만 감지할 뿐, 거시적인 노동 문제, 임금 문제는 모른다. 하지만 자영업 시장에서 업주들은 최저임금에 예민하고, 지난 정부의 적극적인 최저임금 보장 정책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넓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미 최저임금과도 별 관련이 없다. 최저임금 딱 맞춰서 주는 식당도 드물다. 사람이 모자라니 서로 구하려고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해야 한다. 구인이 안 되니, 최저임금에 맞춘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예전엔 영세한 식당들이지만 이력서도 받고 지원자의 품성도 살펴서 고용하곤 했다. 지난 얘기 한 토막. 일 잘하는 후배 요리사가 있었는데 일자리를 못 구하고 있었다. 그가 일자리를 부탁하면서 이렇게 문자를 써 보낸 걸 나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일 잘합니다. 싸게 쓰실 데 좀 알아봐주십쇼!”
괴롭고 아픈 시대였다. 최저임금이란 게 그때 있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나는 좀 늦게 요리사를 시작했는데 2000년 무렵 요리사 초임이 80만~90만원이었다. 통계청의 화폐가치 기준에 대입하면 현재 가치로 1.6배 정도인 130만~140만원대에 그친다. 요즘 요리사 초봉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밖에 못 받았다는 뜻이다. 더구나 근무시간까지 고려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당시 업주는 낮은 임금만큼 더 이익을 보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높아진 임금(인건비)을 최저임금 상승에 연결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문제는 ‘식당은 많고 일할 사람은 적다’는 데 있다. 서울시의 요식업 가게 숫자는 대략 인구 90명당 1개꼴이다. 가게는 많고 경쟁은 치열하다는 의미다. 너도나도 일할 사람을 구하고 있다. 노포로 알려진 오래된 한식당도 사람이 없어서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쓰는 게 요즘 실정이다. 최저임금 때문에 식당이 어려운 게 아니라 그냥 임금이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영향을 주는 업종도 꽤 많지만 적어도 지금은 시장의 원리에 의해 임금이 올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출생률을 보면 답이 나온다.
아르바이트를 포함하여 한창 새로운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나이인 2000년대생이 40만명에서 50만명 선이다. 1980~1990년대생이 거의 90만명에서 적어도 60만명대인 것과 비교된다. 사람이 없으니 임금이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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