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의 행복
한국의 갈라파고스화(化)가 심각하다고 느낀 건 2020년 ‘타다 금지법’이 통과됐을 때입니다. 이 법으로 한국은 동남아 개발도상국에서도 허용한 차량 공유 서비스를 금지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가 됐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되지만 한국에서는 안 되는 것’ 목록은 지금도 늘어나는 중입니다. 아이폰이 있으면 전 세계 국가 대부분에서 애플페이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지만 한국은 예외입니다. 이번 주 커버스토리에서 다룬 대로, 다른 나라에서 다 하는 원격진료도 한국에서는 할 수 없습니다.
‘남과 다른 방식으로 한국에서만 쓰는 것’ 목록은 이보다 더 깁니다. 얼마 전까지 공공 기관 웹사이트에 남아 있던 액티브X, MS워드 대신 쓰는 아래아한글, 구글 지도 대신 쓰는 네이버와 카카오 지도 같은 것입니다.
한국이 갈라파고스화하는 원인으로 가장 자주 지적되는 것은 규제입니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한국식 표준이 꽤 쓸만하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에선 애플페이 대신 삼성페이로 결제하면 되고, 우버 대신 카카오택시를 부르면 됩니다. 음악도 스포티파이 대신 멜론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민이 원격진료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도 아직은 병원 다니는 데 큰 불편이 없기 때문입니다. 변화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작으니 정책을 만드는 정치인과 공무원들도 느긋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한국식 표준에 안주하는 사이 국제 표준과 혁신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평소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외국에 나가 스마트폰을 꺼내는 순간 우리가 세계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한때 일본은 글로벌 혁신을 주도하는 나라였지만, 지금은 이메일 아닌 팩스, 신용카드 아닌 현금을 쓰는 구닥다리 나라라고 놀림받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전 세계 사람들이 집에서 편하게 치료받을 때 한국은 동네 병원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나라’ 같은 비웃음 들을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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