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교육정책, 지금은 이상보다 현실을 먼저 생각할 때
2년 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대해 교육계와 학부모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제도가 도입되면 대학처럼 고등학교도 자신의 진로에 맞춰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상대평가인 필수과목과 달리 선택과목은 절대평가를 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소위 내신 부풀리기가 발생해서 특목고와 자사고 선호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걱정한다.
지금도 고3 과정은 파행으로 운영된다. 고3 과목은 절대평가라 수시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정시 준비생에게 고3 과정은 무의미하다. 화학2처럼 심화과목을 선택하는 극소수 수험생이 아니면 정시와 아무 관련 없다. 그러다 보니 일부 학교에서는 고2가 끝날 때쯤이면 정시몰입을 위해 자퇴하기도 한다. 어떤 학교는 2학기가 되면 매달 1명이 자퇴할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고2 과정까지 선택과목 비중이 확대되면 수업 파행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특히 정시가 문제다. 선택과목이 많아질수록 고교 수업의 수능 영향력은 줄어든다. 고2 자퇴가 고1로 내려갈 수 있다. 그렇다고 정시 준비생이 무시할 수 있는 규모도 아니다. 전체 대학의 22%, 상위 15개 대학의 41%가 학생을 정시로 선발한다.
이런 현상의 근본적 원인은 교육계의 이상과 고교생의 현실이 괴리됐기 때문이다. 교육계는 학생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입시 현실은 다르다. 대학은 성적 좋은 학생이 더욱 소중하다. 비난의 대상인 복잡한 선발방식은 대학이 살아남기 위한 사투다. 합격생이 다른 대학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전략을 짜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심각한 눈치경쟁 속에 매년 선발방식을 바꾼다. 이런 혼란 아래 학생들은 왜 학교에 다녀야 하는지, 수업시간에 뭘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성실히 공부한다는 교육의 기본이 무너지고 있다.
이상과 현실의 격차를 가장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는 교육감 선거다. 교육계는 정치에서 벗어나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살리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모순이다. 선거는 가장 정치적인 행위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후보 단일화 등 정치권에서 보이는 구태가 그대로 재연된다.
오히려 더 퇴행적이다. 유권자는 교육감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국회의원, 시도지사, 시군구청장은 모든 유권자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교육감은 학부모에게만 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없거나 자녀가 성인이면 아무 관련이 없다. 깜깜이 투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유권자에게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현직일수록 쉽다. 그래서 교육감은 일단 되면 3선은 기본이라고 한다.
고교학점제 취지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현실이다. 학교생활이 중요하다는 좋은 취지에서 수시 중심으로 대학입시를 운용했다. 그러자 학생부의 실적 부풀리기가 심각하게 발생했고 결국 신뢰가 크게 무너졌다. 그래서 나온 타협점이 정시비중 확대다. 학교생활 중심이란 이상이 좋은 대학에 가고 싶은 욕망이란 현실 앞에서 멈춰 섰다. 이제는 생활기록부에 독서목록도 기재하지 못한다.
2년 후 고교학점제를 하려면 우선 정시부터 폐지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고교학점제는 시행을 중단하는 게 맞다. 이상은 우리가 한발씩 나아가는 좋은 지표가 되기도 하지만 한발 앞의 낭떠러지를 보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자녀의 능력과 적성을 생각 안 하는 부모의 교육 욕심이 자녀를 망치는 것처럼 학생이 처한 상황을 생각 안 하는 교육철학은 학생을 망친다.
이제 현실에서 너무 멀어진 교육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 교육계를 사회로부터 분리한 교육감 선거부터 폐지해야 한다. 교사의 전문성은 존중받아야 하고 교권은 확립돼야 한다. 그렇다고 교육계가 사회에서 분리될 수는 없다. 학교 울타리를 두고 책임을 나누는 기존 이분법적 접근은 이제 바꿀 때가 됐다. 이제는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관점에서 교육정책도 바꿔나가야 한다.
곽노성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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