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둔화에 연준 베이비스텝 기우나…높은 집세 변수(종합)
월가 예상 부합…14개월만의 최저치
유가 큰폭 하락…식료품·집세·서비스↑
페드워치, '베이비스텝' 확률 더 높여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인플레이션 압력이 조금씩 완화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 소비자물가가 1년 전과 비교해 6.5% 오르면서 월가 예상에 부합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당분간 기준금리를 인상하겠지만 그 속도는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각종 서비스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은 이르다는 진단도 있다.
CPI 6.5%↑, 14개월래 최저치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5%를 기록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6.5%)와 같았다. 연준의 물가 목표치(2.0%)를 여전히 크게 웃돌고 있지만, 지난 2021년 10월 이후 1년2개월 만에 가장 낮은 폭이라는 점에서 인플레이션이 조금이나마 완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월과 비교하면 0.1%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이 역시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휘발유 가격이 한달새 9.4% 폭락하는 등 에너지 부문은 4.5% 떨어졌다. 이번 물가 둔화는 에너지 가격 하락에 기반했다는 의미다. 중고차(-2.5%)와 신차(-0.1%) 가격도 하락했다. 그러나 주거비(0.8%), 교통서비스(0.2%), 의료서비스(0.1%) 등 서비스 물가가 계속 뛰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식료품(0.3%), 의류(0.5%) 역시 올랐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5.7% 뛰었다. 전월과 비교한 수치는 0.3%를 보이며 예상치에 부합했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것이어서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 일부 시장 인사들이 헤드라인 수치보다 이를 더 주요하게 보는 이유다.
시장은 예상대로 나온 CPI를 보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를 가늠하고 있다. 일단 인플레이션 둔화에 맞춰 앞으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졌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시장은 연준이 다음달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4.50~4.75%로 25bp 올릴 확률을 93.2%로 보고 있다. 전날 76.7%보다 큰 폭 뛰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올해 몇 차례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한 번에 75bp씩 올리던 시대는 확실히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는 25bp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주거비 한달새 0.8% 고공행진
다만 주거비 등 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긴축 강도를 급격히 떨어뜨릴 시기는 아직 아니라는 진단 역시 적지 않다. 특히 주거비(shelter)는 월세를 비롯해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비용을 포함한 수치다. 이번 주거비 지수 내에서 임차인(Rent of primary residence)과 자가 소유자(Owners’ equivalent rent of residences) 모두 각각 0.8%씩 급등했다.
시티즌스뱅크 웰스매니지먼트의 필립 노하트 시장조사 디렉터는 “연간 인플레이션이 예상과 거의 일치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연준은 통화 긴축을 이어가되, 더 느린 속도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글로벌 투자사무소의 마이크 로웬가르트 포트폴리오 책임자는 “이번 CPI 수치는 인플레이션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면서도 “연준이 높은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 위기에서 벗어난 게 아니다”고 했다.
뉴욕채권시장은 이번 발표 이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채권금리 하락).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4.109%까지 떨어졌다. 현재 연준 기준금리(4.25~4.50%)를 훨씬 하회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456%까지 내렸다.
뉴욕증시는 보합권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오전 9시40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10% 하락하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1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16% 각각 내리고 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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