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우려된다면서 'A등급'...보름 뒤 육교는 '풀썩'

김다현 2023. 1. 1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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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밤중 굉음과 함께 갑자기 바닥으로 푹 꺼져버린 서울 영등포구의 한 육교가 사고 발생 불과 보름 전, 안전점검에서 A 등급을 받았다는 소식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당시 안전점검 보고서를 살펴보니, 육교에 대한 기본 정보도 엉망으로 적혀 있었고, 심지어 여러 위험 요소가 발견됐는데도 최상위 등급을 부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다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3일 새벽, 갑자기 바닥으로 주저앉은 서울 도림보도육교의 안전점검보고서입니다.

육교를 관리하는 영등포구청의 의뢰로, 민간 안전진단 전문업체가 사고 발생 보름 전쯤 작성했습니다.

안전 등급 지정과 관련된 장.

육교를 지지하는 중요 부품인 교량 받침이 수축해 좋지 않은 영향이 우려된다며, 집중적으로 관찰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그러더니 바로 다음 문장에선, 문제점이 없는 최상의 상태인 A 등급으로 산출했다며,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평가를 내놓습니다.

정밀 안전진단 필요성이 없다는 언급은 종합결론에서도 등장합니다.

육교에 대한 기본 정보도 엉터리로 적어놨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육교인데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기재하는가 하면, 육교 준공 시기도 10년이나 틀렸습니다.

안전 점검과 진단, 보고서 작성까지 부실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안전점검을 진행한 업체 측은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점검 당시, 도구는 사용하지 않고 외관을 육안으로만 살폈다고 설명합니다.

[안전진단 업체 관계자 : (외관 조사 때는 도구 같은 것도 활용하시나요?) 도구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업체가 육교를 좀 더 정밀하게 살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거라며,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는데도 A 등급을 준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송규 /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 : 좋지 않은 영향이 우려되는 상태라고 기술했음에도 최종 결론에는 왜 A 등급이 나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여러 항목의 점수를 합산해 안전 등급을 결정하는 구조라, 특정 부분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있어도 A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또, 안전 점검 업체가 용역을 준 의뢰 기관의 문제를 깐깐하고 냉정히 바라보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결국, 사고 예방이라는 안전 점검의 취지를 살리려면 점검과 등급 산출 방식을 두루 손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YTN 김다현입니다.

YTN 김다현 (dasam08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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