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1·2·3위 팀엔 필리핀 선수 있다... 아시아 쿼터가 가른 명암
프로농구 안양 KGC의 올 시즌 전망은 어두웠다. 전략가 김승기 감독과 팀의 외곽포를 맡았던 전성현이 나란히 고양 캐롯으로 떠났다. 새 사령탑은 8년 동안 한국농구연맹(KBL)을 떠나 있던 김상식 감독이었다. 반면 전주 KCC는 기대를 모았다. 허웅과 이승현이라는 두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했고, 전창진이라는 명감독이 여전히 함께했다.
하지만 12일 올스타 휴식기를 맞기까지 KGC는 단독 1위(22승 9패)를 달렸다. KCC는 공동 5위(16승 15패)로 중위권 싸움에 그쳤다. 외국인 선수 탓이라고 하기엔, KCC의 귀화 선수 라건아는 예년과 다름없이 활약 중이다.
두 팀의 명암은 올 시즌 바뀐 ‘아시아 쿼터’ 제도를 얼마나 잘 활용했는지에 따라 갈렸다. 보통의 외국인 선수 제한과 별도로 일본 국적 선수는 1명까지 추가로 등록할 수 있던 ‘아시아 쿼터’가 이번 시즌부터는 필리핀 선수들에게도 문을 열었다.
KGC는 시즌 전부터 이를 잘 활용하고자 영입에 공을 들였고, 지난 6월 한국과 필리핀의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친 렌즈 아반도(25)와 계약했다. 아반도가 아직 대학생 신분이라 프로 데뷔를 주저하자 KGC가 열심히 설득한 끝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보답하듯 아반도는 KBL에서는 보기 드문 탄력으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KGC뿐 아니라 ‘아시아 쿼터’를 적극 활용한 팀은 올 시즌 기대 이상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위권으로 평가됐던 창원 LG는 저스틴 구탕(25)과 함께 2위(17승 12패)로 선전 중이다. 울산 현대모비스 역시 론제이 아바리엔토스(24)가 팀 공격을 이끈 덕분에 3위(17승 14패) 자리에 있다. 이 세 필리핀 가드는 특유의 탄력과 민첩함으로 상대 수비를 교란한다. 지금껏 KBL에서는 보기 힘든 유형이라 막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KCC는 필리핀 선수 없이 허웅-이승현-라건아 삼각 편대에 기대를 걸었지만, 시즌 절반을 치른 지금 공동 5위로 주춤하고 있다. 결국 뒤늦게 필리핀 시장을 물색해 영입한 가드 제프리 에피스톨라(27)가 올스타 휴식기가 끝나고 출격한다. 강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수원 KT도 아시아 쿼터를 활용하지 않았고, 7위(13승 17패)에 머물렀다. 역시 후반기에는 필리핀 국가대표 가드 데이브 일데폰소(23)와 함께한다.
필리핀 돌풍이 국내 농구계에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구단들은 기량이 비슷한 한국과 의무 군복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 필리핀 선수 중 후자를 더 선호할 가능성이 크고, 그 탓에 한국 선수가 뛸 기회가 더 줄어든다는 것이다. 손대범 KBS N 해설위원은 “어린 선수 부모님이나 대학 감독님들 걱정은 이해가 되기는 한다”며 “하지만 새로운 유형의 선수들이 와서 국내 프로농구를 더 다양하게 해주는 건 궁극적으로는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한국 농구계도 필리핀 선수들을 보면서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걸 배울 수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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