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유족·생존자 오열…"장관·총리가 2차 가해"(종합)
기사내용 요약
국정조사 특위 2차 공청회서 정부 대응 질타
"악성댓글보다 한덕수·이상민 발언이 2차 가해"
회의장 울음바다…여야 구분없이 '지원' 약속
일부 국민의힘 의원 실명 저격에 한 때 정회도
[서울=뉴시스] 임종명 이지율 신재현 기자 =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12일 진행한 2차 공청회에서 유족과 생존자, 지역상인들의 정부 대상 질타가 이어졌다.
공청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간여 동안 열렸다. 유가족 8명과 생존자 2명, 상인 1명,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서울시, 용산구, 경찰청 및 소방청 관계자들이 진술인으로 참석했다.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시신 수습부터 유가족 지원 등 정부의 전반적인 부실 대응을, 생존자는 참사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문제성 발언과 기관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고(故) 배우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 진술인은 "정부의 부재로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을 잃게 한 무책임한 행위에 대해 분함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박희영 용산구청장, 송병주 용산서 상황실장, 이임재 용산서장 등 경찰 인사들을 언급하며 "아이들이 1명도 아니고 159명이나 죽었으니까, 상황을 몰랐다고 해야 살인죄를 면하니까 그들의 머리로 계산해서 또는 연습하고 훈련받아 애매모호하게 발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조 진술인은 "운좋게 해외에 있던 서울시장도 직무유기이고, 85분간 상황설명만 듣고도 '그 시간 제가 놀았겠나'라는 이상민 장관도 죄를 면치 못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참사는 구청장부터 총리까지 굴비 엮듯이 모두 상황을 공유해 알고 있었으나, 마치 인지하지 못한 양 빠져나가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박가영씨 유가족 최선미 진술인은 "놀러가서 죽었다고? 우리 청년들은 놀면 안 되나. 놀러오라면서, 축제라면서 홍보하지 않았나"라며 "어른이란 사람들이 이렇게 아이들에게 모든 걸 덮어씌우냐"고 분개했다.
최 진술인은 "참사 당일 정부는 유가족들을 찾지 않았다"며 "언론에 사망자 명단만 속보로 내보냈다면 유가족들의 연락처 또한 저절로 알게 됐을 것을 명단을 감추고 전혀 내보내지 않아 유가족들은 자기의 아이가 주검이 된 사실조차도 모른 채, 12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왜 정부를 못 믿냐고? 우리는 정부의 모든 정보를 언론을 통해 알게 된다"며 "(아들의) 상담 내용이 경찰에 알려졌고 청소년이 상담받는 곳이 아닌 곳을 소개시켜주면서 정부는 모든 조처와 서비스를 다한다고 언론에만 알렸다"고 성토했다.
희생자 김의현씨의 어머니 김호경 진술인은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했다.
김 진술인은 "아들의 행방을 찾을 때까지 14시간이 걸렸다. 신원확인을 위해 동국대 일산병원에 갔을 때는 손대지 말라고, 신원만 확인하라는 말에 자는 듯 누워있는 아들을 보고 울기만 했다. 왜 손 한번 못 잡아보고, 왜 살뜰히 못봤는지 지금도 가슴이 미어진다. 그렇게 보냈다"고 말했다.
생존자로서 참석한 김초롱 진술인은 "저는 강한 사람이다. 심리상담도 자발적으로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악성댓글이나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저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다. 참사 후 행안부 장관의 첫 브리핑을 보며 처음으로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김 진술인은 "몇 주 전 고등학생 생존자가 스스로 세상에 작별을 고했을 때는 국무총리 발언이 생각났다. 스스로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다. 치료와 상담을 이렇게 열심히 받는 저는 매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한다. 참사와 같은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개인적 극복도 중요하지만 진상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고(故) 유채화씨 동생은 "저희 유가족은 사회에 시끄러운 존재들이 아니다. 그냥 한 국민으로서 억울한 목소리를 내는 것 뿐"이라며 "네티즌과 정치인들의 2차가해, 왜 본인들은 이러한 사건을 당하지 않을까 거라 생각하나. 자식잃은 부모로서, 형제잃은 동생으로서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원인을 밝혀 지적하고 사과받고 싶은 게 당연한 마음 아니겠나. 지금이라도 다시 바로잡지 않으면 본인의 가족이 참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제발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특정 국회의원을 거론하며 지적을 쏟아내기도 했다.
조미은 진술인은 특위 위원들을 향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신현영 의원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죄가 있다면 당연히 물어야 한다. 하지만 5명이 돌아가면서 같은 질의를 반복하는 게 이태원 참사 진실규명에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조 진술인은 "전주혜 의원은 청문회 발언 순서가 됐는데 어디 사라졌다가 몇 시간 후에 왔나. 신년인사하러 간 건가. 옆자리 친구가 사라진 걸 조수진 의원은 몰랐나"라고 따졌다.
최선미 진술인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지난 1차 청문회 때 제가 거의 빌다시피 하면서 시신 수습 과정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아이들이 왜 나체로 부모에게 인계됐는지 알고 싶다고 했는데 자료 요청 했느냐"며 "우리한테 뭘 해줄 것처럼 하더니 아무것도 안 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주인 말 안 듣는 머슴은 필요 없다.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요구했다.
이종철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국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지난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님들이 행정부를 잘 감시해서 이 모래성 같은 행정부와 경찰청 조직에 대한 상황을 인지하고 꾸짖고 일 못하는 분들을 처벌해 주셨으면 이런 참사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여야 의원들을 향해선 "국민들을 위해 이런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는 여야 의원님들이 유가족 보는 방향을 똑같이 바라봐 달라"며 "우리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지"라고 촉구했다.
이어 "뒷다리는 잡지 마시고 앉아서 같은 방향만 바라봐 주셔도 저희에게는 큰 힘이 된다"며 "앞으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정쟁의 도구로 딜하는 일이 절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부탁드리겠다"고 전했다.
진술인들의 발언에 회의장 곳곳은 울음바다를 이뤘다. 특위 위원과 진술인, 여야 구분없이 눈물을 훔쳤다.
이어 특위 위원들은 진술인들의 발언을 토대로 정부 배석자들을 질타했다.
국민의힘은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강조하며 "공청회를 계기로 유가족과 더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은희 의원은 "국정조사를 마무리해 가면서도 유가족들께서 '지금도 그대로 방치된 느낌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너무 심장에 아프게 꽂힌다"며 "저희도 2차 가해를 드렸다. 너무 죄송하다"고 눈물을 보였다.
전주혜 의원도 눈물을 훔치며 "정확한 원인 규명을 한 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종합적인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며 "사실 이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우리 아이가 어디서 발견돼서 어떻게 이동을 했으며 CPR은 받았는지 그런 부분"이라며 관계 기관에 설명을 요구했다.
조수진 의원은 "참사현장을 삶의 현장으로 알고 살아가는 분들에게도 상처가 대단히 클 것"이라며 "이분들의 트라우마, 상처도 깊이 헤아려야 된다"고 강조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용철 행정안전부 행정실장에게 "정부가 한번도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용납되지도 않고 용서되지도 않는다"며 "장관께 이야기해서 여태까지의 상황과 경과에 대해서 159분 희생자의 유가족 모두에게 제대로 설명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같은 당 권칠승 의원도 정부를 향해 "정부가 유가족끼리 모이고 또 위로받고, 연대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밖에 저는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또 유가족들에게, 국민들에게 반성해야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진선미, 김교흥, 천준호, 오영환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인원 제한으로 진술 명단에 들지 못한 유족 및 생존자의 진술 내용을 대독하기도 했다.
야당 간사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국조특위가 이제 며칠 남지 않았지만 여기서 저희는 끝나지 않는다"며 "저희들은 사명을 가지고 정말 여러분들 고인에 대한 위로와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최선을 다해서 하도록 하겠다는 말씀을 이 자리를 빌려서 드린다"고 강조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정부가 모든 치유의 시작인 진상규명을 위해서 국정조사에서 이렇게 방만하고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는데 유가족들께서 어떻게 분노하지 않으실 수 있겠나"라며 정부가 여전히 자료 제출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저는 이태원 참사 특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일이면 특수본 수사 결과가 밝혀지는데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런데 국정조사에서 이상민 장관의 명백한 법령위반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국정조사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책임자들에 대한 법적, 행적적 책임을 제대로 묻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특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jool2@newsis.com, ag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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