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계곤 군산원예농협 조합장 “속 편한 라면…입소문 덕에 ‘군산짬뽕라면’ 성공했어요”

박용근 기자 2023. 1. 12.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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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군산대·농협 ‘의기투합’
흰찰쌀보리·감자로만 제품 개발
‘라면시장 장악’ 대기업 냉소 뚫고
출시 이후 연 100만개 넘게 팔려
군산짬뽕라면을 만들어 낸 고계곤 군산원예농협 조합장은 “농협은 향후 농산물 유통 외에 농산물 가공산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선점한 라면시장에 지방 원예농협과 대학, 지자체가 합심해 만든 ‘군산짬뽕’이 도전장을 냈다. 군산짬뽕은 지역 특산물인 흰찰쌀보리가 주원료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보리가 남아돌자 농민들을 살리기 위해 고심 끝에 출시한 제품이다.

이 라면은 롯데백화점 서울 잠실점 명품관에 입점했다. 비결은 하나였다. ‘라면은 몸에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을 ‘몸에 좋은 라면’으로 바꿨다. 군산짬뽕은 입소문으로만 한 해 100만개 넘게 팔린다. 군산짬뽕을 태동시킨 군산원예농협 고계곤 조합장(63)을 지난 11일 만났다.

“군산짬뽕은 군산 특산물인 흰찰쌀보리와 감자만 사용해 면을 만듭니다. 수프는 육고기 대신 표고, 양파, 당근, 건파, 미역, 고추 등 토종 농산물을 써요. 소화 잘되는 농산물만 쓰니 몸에 좋죠. 밤늦게 먹어도 속이 불편하지 않고 먹고 난 그릇은 물에 그냥 씻어도 기름기가 전혀 묻지 않는다는 입소문이 났어요. ‘건강라면’으로 자리 잡은 비결이죠.”

3년 전 군산 지역에는 흰찰쌀보리 파동이 났다. 풍년이 되레 농민들에게 시름을 안긴 것이다. 군산은 흰찰쌀보리의 국내 주산지로, 지역 농민들의 50%가 재배한다. 고 조합장은 흰찰쌀보리를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머리를 싸맸다.

“군산대 산학협력단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 자리에서 보리 재배 농민들이 판로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제의했어요. 마침 한 교수가 라면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고 하더라고요. 참석자들이 함께 도전해보자고 의기투합했죠.”

2019년 6월 군산대와 군산원예농협은 산학 공동기술 개발과제 협약을 체결하고 라면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사업비는 2560만원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군산시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죠. 수차례 시연회와 품평회를 거쳐 시제품이 나왔는데 보리를 40% 이상 넣으니 끓이면 면발이 뚝뚝 끊어졌어요. 그런데 생라면일 때 맛이 끝내줬어요. 보리를 많이 넣은 라면은 부숴 먹는 스낵라면 ‘뽀사뿌까’를 만들고, 주력상품인 짬뽕라면에는 보리 25%가 들어가게 만들었습니다.”

군산짬뽕라면

군산짬뽕은 2020년 2월 전국 하나로마트 진열대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뽀사뿌까와 컵라면, 채소라면까지 출시되면서 현재는 대형마트와 군부대에도 들어가기 시작했다.

“도전정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어요. 대기업들이 포진한 라면시장에서 ‘시골 라면’이 어쩌려고 그러느냐는 냉소가 파다했지요. 농협이 무슨 라면 장사냐는 비아냥도 감수해야 했어요. 농협이 농산물 유통만 고집해서는 설 땅이 없고 농산물 가공산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보리는 천연 소화제여서 몸에 좋은 식품이니 반드시 성공하리라 확신했죠.”

첫 출시 일주일 만에 13만개가 팔려 나갔다. 군산짬뽕은 한 해 120만개가 판매되는 건강라면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 라면을 세 번만 먹어보면 다른 라면은 못 먹는다고 해요. 속 편한 라면이라고 소문나면서 당뇨나 고혈압 환자들이 즐겨 찾는 식품이 됐지요. 가격이 좀 비싸지만, 건강이 돈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고 조합장은 짬뽕 도시인 군산을 알리는 데도 군산짬뽕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자긍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라면도 웰빙식품이 될 수 있고 명절 선물로도 훌륭하다는 신화를 만들었다”며 “노력하고 도전하면 길이 있다는 진리를 널리 알리면서 농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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