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 오피스텔·대여금고로…김만배, 범죄수익 은닉 '옥중지시'

변호인 접견 이용…이한성·최우향·이성문 분담해 275억 은닉
측근들 "김만배 재산 마지막까지 지키겠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오전 조사를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날 오전부터 범죄수익 은닉 혐의 등과 관련해 김씨를 소환해 조사 중이다. 2023.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심언기 기자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이자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김만배씨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상황 변화가 생길 때마다 자신의 형사사건 변호인을 통해 측근들에게 수시로 대장동 사업으로 벌어들인 범죄수익을 은닉하라는 '옥중지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와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2021년 9월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화천대유 또는 천화동인 1호 자산에 대한 환수조치에 대비해 범죄수익 등을 은닉하기로 했다. 실제 은닉된 범죄수익은 275억원 규모다.

김씨는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검찰 소환조사, 구속,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보전청구, 검찰 수사팀의 변경 등 사건과 관련된 상황이 바뀔 때마다 이씨와 최씨, 또 다른 측근인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에게 범죄수익 은닉을 지시했다.

이한성씨는 수표 출금과 교환 역할, 최씨는 변호인을 통해 범죄수익 현황을 김씨에게 보고하고 관련 지시를 전파하는 역할, 이문성씨는 이씨, 최씨와 함께 은닉된 범죄수익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들은 변호사 자문을 받아 적법한 자금 집행인 것처럼 이사회의사록 등 관련 서류를 구비해 범죄수익을 은닉했다. 김씨가 2021년 11월4일 구속된 후에는 내용이 녹음되지 않고 서류 열람이나 필기가 가능한 변호인 접견을 이용해 김씨에게 은닉한 범죄수익 등 내용을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

김씨의 지시를 받은 측근들은 범죄수익을 수표로 출금한 다음 수백장의 소액 수표로 교환하고, 차명 오피스텔, 차명 대여금고, 집 안 금고 등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분산 보관해 수사기관의 추적 또는 압수를 곤란하게 했다.

김씨는 2021년 12월부터 올해 2월 초순까지는 변호인을 통해 이씨에게 은닉한 범죄수익금을 부동산, 사채 등에 투자하도록 지시했고, 이씨는 형사처벌을 염려하면서도 실제 은닉자금을 높은 이자율로 대여하기도 했다.

또 측근들은 추징보전으로 천화동인 1호 계좌가 정지돼 부동산 매매 잔금을 제때 지급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2021년 11월 천화동인1호 계좌에서 10억원을 인출해 A 변호사에게 안전거래 예탁(에스크로) 명목으로 미리 송금해 빼돌렸다.

김씨는 지난해 3월에는 측근들에게 추징보전에 대비해 '(대장동) B1 블록 수익금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상의하라'는 지시도 전달했다.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검찰 수사팀 지휘부와 구성원이 변경됐을 때는 친형 등에게 보낸 범죄수익 은닉 관련 서신을 폐기하라고도 지시했다.

측근들은 지난해 7월 화천대유에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검찰 공문을 받자, 자금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고 김씨에게 전달했다. 보고서에는 '기존에 보유한 고액권 수표는 소액권 수표로 순차 교환해 지급정지 등에 대비하는 등 재산은 마지막까지 철저히 지키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한편 이씨와 최씨는 지난 2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들 첫 재판은 오는 27일 열린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