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 가계대출 사상 첫 감소
고금리에 부동산·주식 부진 겹쳐
기업은 자금난에 104조6000억↑
통계 작성 이래 줄곧 늘기만 해왔던 가계대출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부동산·주식 시장 부진까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정기예금에는 역대 가장 많은 200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8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6000억원 줄었다. 연간 은행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1년 동안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은 20조원 늘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22조8000억원이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은행 가계대출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저금리 환경이 조성되고, 자산가격이 급등했던 2020년 100조6000억원 늘었고, 2021년에도 71조8000억원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자산가격도 조정을 받으면서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감소 전환했다.
황영웅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금리가 높아진 데다 가계대출 관련 규제도 지속되면서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황 차장은 “금리 인상과 규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도 가계대출 안정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의 효과는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답했다.
범위를 전 금융권으로 넓혀 보더라도 지난해 가계대출이 처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내놓은 ‘가계대출 동향’에서도 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8조7000억원 뒷걸음치면서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은 27조원 늘었지만, 기타대출이 35조6000억원 줄었다.
하지만 은행 기업대출의 경우 한은 통계를 보면 지난해 104조6000억원 크게 불었다. 증가액이 2021년(89조3000억원)보다 15조원 이상 많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107조400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원자재가격 및 원·달러 환율 상승, 채권시장 경색 등으로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고금리에 예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은행의 수신은 지난해 107조4000억원 늘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더 높은 정기예금이 200조1000억원이나 급증했고, 수시입출식예금에서는 104조9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정기예금 증가폭은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20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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