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푸틴 만족시키나”…통합사령관 석달만에 날려
12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발레리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을 우크라이나전 통합사령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은 지난 2012년부터 참모총장 직을 맡아오는 등 푸틴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전임자로 작년 10월 통합사령관에 임명돼 우크라이나전을 지휘해온 세르게이 수로비킨 육군 대장은 3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나 통합 부사령관으로서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보좌하게 됐다.
전임 통합사령관인 수로비킨은 인류멸망을 의미하는 ‘아마겟돈 장군’이라 불리는 등 무자비한 군사작전을 벌여온 인물이다. 그는 1991년 소련 붕괴 후 민주화를 요구하는 모스크바 시민에 대해 강경 진압 명령을 현장에서 유일하게 이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7년 시리아 내전에서 무차별 폭격과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해 민간인을 학살한 전력도 있다.
수로비킨은 지난 10월에는 통합사령관 취임 이틀만에 우크라이나 전역 12개 도시에 걸쳐 84발의 미사일을 폭격하는 등 푸틴의 ‘피의 보복’ 경고를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 제임스타운 재단은 그에 대해 “그 어떤 명령도 강력하게 실행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런 그가 3개월만에 교체된 것은 우크라이나 전황이 악화일로에 놓여있다고 크렘린 궁이 자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가 부임한 이후에도 러시아 군은 졸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11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인 헤르손 철수해 남부전선 통제권을 잃었다. 우크라이나의 전력 시스템 공습이 이어졌지만 최전선에서의 힘의 균형을 깨기엔 역부족이었다고 FT는 전했다.
특히 새해 초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에서 러시아 군 89명이 사망해 개전 이후 가장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해당 공격에서 러시아 군 지도부는 수백병의 병사들을 한 곳의 건물에 배치시키는 전략적 오류를 범했는데 이에 대해 러시아 내에서도 비난이 빗발쳤다.
영국 국방부는 이번 인사 조치에 대해 “러시아군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푸틴 대통령이 분명히 인정한 것”이라고 평했다.
일각에선 수로비킨의 군부 내 권력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권력 구도에서 견제를 받아 밀려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미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롭 리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사령관으로서 수로비킨이 갖는 권력이 지나치게 커졌다”며 “상부에 보고할 때에도 국방장관과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을 건너뛰고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휘부 문책 인사만으로 러시아 군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FT는 “러시아 내 전쟁을 지지하는 전문가들도 이번 조치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경직된 위계적인 지도력, 장비 부족, 열악한 식량보급 등 러시아 군대가 씨름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솔레다르에선 점령 여부를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10일 러시아 측 용병 와그너 그룹은 솔레다르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세르히 체레바티 우크라이나 동부군 대변인은 “러시아군은 솔레다르를 점령하지 못했고, 여전히 전투가 진행 중”이고 주장했다. 러시아 군이 솔레다르 점령에 성공하면 러시아는 돈바스에서의 첫 승리를 기록하게 된다.
한편 서방은 추가 제재를 통해 러시아의 숨통을 더욱 조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은 원유와 가스 외에 디젤과 중유 등 정제 유류제품의 가격 상한을 결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원유·가스와 달리 정제 유류제품의 경우 러시아가 새로운 판로를 찾기가 어려운 만큼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WSJ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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