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 원청기업과 대화할 길 열렸다
택배기사들 개별 협상으론
노동조건 확보가 어렵다는
중노위 판단을 법원이 수긍
택배사인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사용자로서 택배노조와 단체교섭할 의무가 있다는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의 1심 판결은 원청기업에 대한 하청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판부는 근로계약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단체교섭권을 부정하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하청노동자들이 누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1심 판결의 핵심은 택배기사와 CJ대한통운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없더라도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과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을 택배기사들의 ‘실질적 사용자’로 규정한 셈이다.
재판부는 먼저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 개념에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사용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하는 데서 중요한 것은 근로계약관계가 아니라 ‘노동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결정권’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기업의 기능이 여러 기업과 사업주로 분할되는 노무관계 추세에 따라 노동조건에 대한 지배·결정권이 다면화하는 현실을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계약관계가 있는 사업주에게만 단체교섭 의무를 지우면 노동3권은 온전히 보호받지 못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가 CJ대한통운을 택배기사들의 실질적 사용자로 규정한 또 하나의 근거는 택배기사들이 담당하는 업무의 성격이다. CJ대한통운의 택배사업 중 택배기사들이 담당하는 집화·배송은 가장 본질적이고 필수적·상시적 업무라는 점을 고려했다.
정부 ‘노조 때리기’에 제동
대법원, 현대중공업 사건에
단체교섭권 확대 가능성도
이번 판결은 노동계·경영계 모두가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하청노조가 원청기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판례가 될 수 있어서다.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하청노조와 원청의 단체교섭을 인정하는 듯한 판시를 한 적은 있다. 하청노조와 원청의 단체교섭이 쟁점이었던 별도의 현대중공업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이 이 현대중공업 사건이나 이번 택배노조 사건에서 하청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확대하는 새로운 법리를 세울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하청노조와 특수고용노동자의 파업을 불법으로 단정하면서 엄정 대응만 강조할 뿐, 이들의 노동3권 보장 문제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청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넓게 보장한 이번 판결은 현 정부의 이런 정책기조에도 제동을 건 효과가 있어 보인다.
이혜리·김희진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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