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수익은닉 옥중지시... 헬멧맨 “끝까지 지킬것” 충성맹세

송원형 기자 2023. 1. 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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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견 변호인 통해 지시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가 구치소 수감 중에도 변호인 접견을 통해 측근인 이한성 화천대유 대표, 최우향 이사와 수시로 범죄수익 은닉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이들은 화천대유에서 정상적으로 자금이 집행된 것처럼 가장해 수표를 인출한 다음, 잘게 쪼개 부동산을 매수하거나 소액 수표를 대여금고 등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범죄수익을 숨겼다고 한다.

김만배씨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서는 모습./뉴스1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이한성씨와 최우향씨 공소장에 따르면, 김만배씨는 검찰이 2021년 9월 대장동 사업 수사에 본격 착수한 이후부터 화천대유나 천화동인1호 자산에 대한 범죄 수익 환수 조치에 대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2021년 11월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된 김씨는 대화 내용이 녹음되지 않고 서류 열람과 필기가 가능한 변호인 접견을 이용해 이씨 등에게 범죄 수익 은닉을 지시했다. 김씨는 압수수색, 구속영장 청구, 구속 기소, 수사팀 변경, 추징보전 청구 등 수사 상황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이씨 등에 지시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이씨 등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지시를 이행했다. 이씨는 수표 출금 및 교환을 맡았고, 최씨는 변호인들을 통해 김씨에게 은닉된 범죄 수익 현황을 보고하는 동시에 김씨의 지시를 받아 전파했다. 이한성씨와 함께 화천대유 공동대표를 맡은 이성문씨는 숨겨진 수표나 부동산을 관리했다.

이한성씨 등은 김만배씨의 형사 사건을 변론하거나 화천대유와 자문 계약을 맺은 변호사로부터 조언을 받아 적법하게 자금을 집행하는 것처럼 이사회의사록, 주주총회의사록 등 관련 서류를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화천대유 계좌에서 출금된 수표들은 다시 수백장의 소액 수표로 교환됐다. 그리고는 차명 오피스텔과 차명 대여금고 등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분산 보관했다. 김만배씨는 또 변호인은 통해 빼돌린 범죄 수익을 부동산이나 사채 등에도 투자해 추가 이익을 내도록 수차례 지시했다고 한다. 실제 최우향씨는 일부 자금을 다른 사람에게 높은 이자율로 빌려주기도 했다.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검찰의 자금 추적으로 매매 잔금을 제대로 못할 상황에 처하자, 변호인에게 미리 에스크로(안심결제) 계좌로 송금하도록 해 추징보전 처분을 받더라도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김씨는 대장동 B1 블록 수익금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지시했다.

이들은 ‘쪼개기’ 방식으로 범죄수익을 숨겼다. 우선 2021년 11~12월 59억원을 인출했다. 2022년 6월과 7월엔 83억원, 40억원을 순차적으로 인출했다. 작년 10~11월에도 63억원을 추가로 빼돌렸다. 이들 245억원은 화천대유 등의 계좌에서 수표로 출금됐다. 이외에 최우향씨는 2022년 10월 화천대유 계좌에서 김씨 계좌를 거쳐 자신의 계좌로 송금된 30억원을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7월 대장동 수사팀이 교체되고 사실상 전면 재수사에 착수하자 김씨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가족들에게 자신이 보낸 범죄수익 은닉 관련 서신을 폐기하도록 지시했다. 비슷한 시기 이한성씨와 최우향씨는 이전보다 강도 높은 검찰 수사에 대비해 각오를 다졌다. 이들은 범죄수익 잔고 및 사용처, 관리 방법 등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어 변호인을 통해 김만배씨에게 전달했는데, 여기엔 ‘김씨 재산은 마지막까지 철저히 지키겠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김만배씨(왼쪽)가 2021년 10월 15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구치소에서 나오자, 오토바이 헬멧을 쓴 최우향씨가 짐을 들어주기 위해 다가가고 있다. 바이크를 타고 온 최씨는 김씨를 보호해 차에 태운 뒤 취재진이 자신에게 몰려들자 빠르게 바이크를 몰고 떠났다. 2021.10.15/뉴스1

서울중앙지검은 앞서 지난 2일 김만배씨의 범죄 수익 275억원을 은닉한 혐의로 이한성씨와 최우향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김씨의 대학 후배로 김씨의 ‘금고지기’로 불렸다. 최씨는 쌍방울 대표, 쌍방울그룹 부회장 출신이다. 2021년 10월 김씨의 첫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최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헬멧을 쓴 채로 서울구치소 앞에 나타나 구치소를 나서는 김씨를 ‘호위’하며 미리 준비한 차량에 태워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김씨가 대장동 사업으로 얻은 범죄 수익이 238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숨겨진 범죄 수익을 추가로 찾아내기 위해 자금 흐름을 계속 추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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