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쁘네, 끼 많을 것 같은데 춤 춰봐”… 신협 ‘성희롱 면접’ 논란

김동욱 2023. 1. 1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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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전북 전주지역 한 신용협동조합 신규 직원 채용 시험에 응시한 A(여)씨는 최종 면접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위원회는 "채용 예정 직위의 주된 직무 내용인 금융·기획·총무 등에 관한 질문보다 외모와 노래, 춤이라는 특기를 중심으로 상당 부분 시간을 할애해 면접을 진행한 것은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여성에게 기대하고 부여하는 성차별적 문화나 관행,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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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매우 심각한 성차별 사례…모멸감 느꼈을 것”

지난해 2월 전북 전주지역 한 신용협동조합 신규 직원 채용 시험에 응시한 A(여)씨는 최종 면접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면접관으로 나선 신협 이사장과 이사 등이 전공 학과와 외모를 결합해 평가하는가 하면 주량을 물어보고 “끼가 많을 것 같다”며 노래와 춤까지 춰보라고 강요했기 때문이다.

채용 직무와 관계없는 이런 질문과 요구에 당황한 A씨는 “(입사하면) 나중에 보여드리겠다”고 에둘러 거절했지만, 면접관들은 “150명 앞에 서본 사람이 (면접관) 4명 앞에서 춤을 못 추느냐”며 집요하게 요구했다. 또 면접 진행자에게 특정 노래를 선곡해 들려주도록 한 뒤 또다시 춤출 것을 강요해 모멸감을 느낄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신협은 당시 A씨를 비롯한 지원자들의 동의 없이 면접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A씨는 결국 직무 수행과 관계없는 신상을 요구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한 이런 면접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뒤, 고용노동부에 성희롱으로 신고했다.

서울 중구 소재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이에 인권위는 조사를 통해 ‘매우 심각한 성차별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로 규정하고 신협에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포함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인권위는 또 신협중앙회장에게 지역본부 등에 이 사건 사례를 공유하고, 채용 관련 지침이나 매뉴얼을 제공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채용 면접 과정에서 여성 면접 대상자에 대한 외모를 평가하고, 노래와 춤을 시연해 보도록 하는 행위는 면접 대상자와 면접 위원의 관계를 고려할 때, 진정인이 이를 쉽게 거절하기 어렵고 수용하지 않았을 때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여서 당혹감과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또 “진정인이 우회적인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도 면접위원들이 이를 재차 요구하는 등의 행위는 강요와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고, 성적 불쾌감과 모멸감을 느끼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채용 예정 직위의 주된 직무 내용인 금융·기획·총무 등에 관한 질문보다 외모와 노래, 춤이라는 특기를 중심으로 상당 부분 시간을 할애해 면접을 진행한 것은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여성에게 기대하고 부여하는 성차별적 문화나 관행,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은 모집·채용 과정에서 성차별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여성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이나 미혼 조건 등을 제시 또는 요구해선 안 된다고 명시한다.

고용노동부도 이에 대해 외모 평가와 춤을 춰보라고 요구했던 면접관과 실제 노래를 틀었던 면접 진행 담당자의 행위를 직장 내 성희롱으로 판단했다. 신협중앙회도 이를 성희롱으로 인정하고 면접관과 담당자 등 3명에 대해 경징계(견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사업장 내 주요 의사 결정권자들의 인식은 직장의 조직적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여성에 대한 불이익을 생산해 지속시키는 관행이 된다”며 “이런 점에서 행위자에 대한 조처만으로는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 어려워 보여 기관 차원에서 실효적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협중앙회 측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해 면접위원에 외부 인사를 포함하도록 규정을 개정하고, 임직원 필수교육에 면접위원 관련 교육 내용을 넣어 재발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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