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2차 가해는 총리·장관·국회의원들 말”
“구급일지 요청에 떠넘기기”
“이상민 장관 죄 면치 못해”
“정쟁 위한 질의에 좌절감”
상인들은 “유족에 사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12일 국회 국정조사에서 참사 당시 상황을 전하며 윤석열 정부의 부실 대응을 질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행이 ‘2차 가해’라고 비판하며 “이 장관도 죄를 면치 못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유가족과 생존자가 발언 도중 울음을 터뜨려 국정감사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2차 공청회’를 열었다. 유족 8명, 생존자 2명, 이태원 지역 상인 1명이 진술인으로 나섰다. 이 장관을 포함한 정부기관장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생존자 김초롱씨는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다”고 했다. 김씨는 한 총리가 참사에서 생존했으나 2차 가해 등으로 숨진 159번째 사망자에게 “스스로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한 데 대해 “치료와 상담을 열심히 받는 저는 매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생존자는 “희생자를 잃었다는 슬픔에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며 버텨낼 수 있었다. 이런 공감이 없었더라면 저는 159번째 희생자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유가족들이 만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했지만 그런 모임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이 또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희생자 박가영씨 어머니 최선미씨는 “아들이 상담받으면서 ‘경찰의 잦은 연락에 감시를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희생자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는 “(참사 당시) 85분간 상황설명만 듣고도 ‘그 시간에 제가 놀았겠습니까’ 하는 이 장관도 죄를 면치 못해야 한다”고 말했다.
희생자 조경철씨 동생 경선씨는 “오빠 행적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구급일지를 요청했지만 경찰의 떠넘기기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씨가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자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태원 상인 남인석씨는 “유가족들에게 사과의 인사를 먼저 드려야겠다”며 큰절을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이자 희생자 이지한씨의 아버지 이종철씨는 “국정조사를 보며 유가족들은 실망감과 좌절감을 크게 느꼈다. 더욱 좌절스러운 부분은 정쟁을 위해 질의하는 일부 위원님들의 질의나 태도”라고 비판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참사 당일 ‘닥터카’ 탑승과 관련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의 태도에 대한 지적이다.
최선미씨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신원조회에 12시간이 걸린 것과 아이들이 나체로 부모에게 인계됐는지 자료를 요청하셨냐”며 “아무것도 안 했다.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했다.
국조특위 활동은 오는 17일 종료된다. 이종철씨는 “아직 저희(유족)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다음주에 여야 간사 두 분께서 (추가 공청회) 날짜를 잡아주시라”고 말했다.
윤승민·문광호·이두리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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