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기후 위기 대응’ 인정…환경운동가에 벌금 감형
법원이 주거침입,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활동가들의 벌금을 ‘기후 위기 대응의 정당성’을 들어 깎아줬다. 법원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최소 50%로 해야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허정인 판사는 지난 11일 공동주거침입,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녹색당 기후위기 직접행동 활동가 총 4명 중 2명에게는 각각 벌금 200만원, 150만원, 나머지 2명에게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녹색당 소속 김영준 기후정의위원회 위원, 이상현 당원, 이은호 기후정의위원회 공동위원장, 문성웅 기후정의위원회 위원은 2021년 10월 포스코의 주최로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수소 환원 제철 포럼’ 행사장에서 산업계의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발언을 1분간 하고 직원들에게 끌려 나왔다. 이들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목표가 부족해, 적어도 2018년 대비 50%로 올려야 한다’ ‘산업부와 산업계가 기후위기 대응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3월 이들 활동가 4명에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행사장 안에 들어간 이유로 공동주거침입죄를, 단상에 올라 연설문을 읽고, 연설 내용이 적힌 A4용지를 뿌리는 등 행위로 포스코의 행사 진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인당 300만원의 벌금을 내라고 약식명령했다. 활동가들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정식재판에서는 벌금이 최소 3분의 1에서 3분의 2까지 줄었다. 재판부가 피고인들의 주장을 타당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사회 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인 정당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제20조를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돼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포스코가 온실가스를 과다하게 배출하며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고,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본인과 미래세대의 생명권·환경권·자유권 등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공소사실에 적힌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인간의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로 세계 곳곳에서 폭염, 호우, 가뭄, 열대성 저기압, 광범위한 산불 등 이상 기후 내지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두 가지 주장 모두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먼저 2030년 NDC를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기 위해 산출된 전 지구적 허용 온실가스 배출량에 국가별 인구 비율을 적용하면 피고인들의 주장이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와 산업계의 책임을 강조한 피고인의 주장도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범지구적으로 기후위기에 직면해 폭염, 홍수, 산불 등 재해가 빈번히 발생하는 현 상황, 기후위기가 ‘티핑포인트(급변점)’를 넘어서게 되면 매우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업계·정부 차원에서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다는 측면에서 목적의 정당성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벌금형이 주어진 이유로 회의장 인근에서 집회·시위 신고를 한 후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었던 점, 피고인이 사전에 회의 참석 신청을 할 기회가 배제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법치주의에서 절차 및 과정의 적법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헌법재판소에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35% 이상으로 정한 탄소중립기본법의 최저선이 너무 낮아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없다는 취지의 헌법소원 심판이 총 3건 청구돼 있다. 피고인의 변론을 맡은 이치선 법무법인 해우 변호사는 “재판부가 정당행위를 판단하는 기준 중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만약, 탄소중립기본법이 정한 2030년 NDC인 ‘2018년 대비 35% 이상’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충분한 목표였다면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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